<대한데일리=이봄 기자> 카드사들이 배당 규모를 대폭 축소했다. 가맹점 수수료 인하에 따른 수익성 악화를 비용 절감으로 겨우 방어하면서 배당금 확대 추세도 한풀 꺾인 모습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카드사 5곳(신한·KB국민·삼성·현대·롯데)은 지난해 결산 배당금을 확정했다. 카드사 5곳의 총 배당금은 7305억원으로 전년(7989억원)보다 8.56% 감소했다.

카드사별로는 신한카드가 전년보다 70억원 줄어든 3307억원의 배당금을 확정했으며, 롯데카드는 전년 대비 51억원 감소한 285억원을 배당할 예정이다. 삼성카드는 전년과 비슷한 1707억원을 배당하기로 결정했다.

KB국민카드는 배당금을 전년의 절반 수준인 1000억원으로 줄였다.

카드사 중 배당금을 늘린 곳은 현대카드가 유일하다. 현대카드는 전년 대비 77% 이상 늘어난 수준인 1006억원을 배당할 예정이다.

배당성향을 살펴보면 카드사의 배당 감소폭은 더 두드러진다.

신한카드의 배당성향은 51.84%로 배당 결정을 완료한 카드사 중 유일하게 50%를 넘겼다. 그러나 이는 전년보다 13.17%포인트나 감소한 수치다. 배당금을 전년의 절반 수준으로 줄인 KB국민카드의 배당성향 역시 26.42%포인트 낮아진 34.34%로 집계됐다. 다만 삼성카드는 49.6%로 전년(49.46%)과 비슷한 수준의 배당성향을 유지했다.

카드사는 대부분 금융지주나 오너기업의 주력 계열사로, 코스피‧코스닥 시장에 상장돼 있지 않다. 삼성카드가 유일한 상장사라는 점을 고려하면 배당금 대부분은 대주주인 지주사나 오너기업에게 돌아간다. 때문에 카드사들은 매년 높은 배당성향을 유지해 대주주인 모기업 배만 불려준다는 지적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카드사 관계자는 “카드사는 지주사나 오너 기업의 ‘캐쉬카우’ 역할을 하고 있다”며 “모기업 자본관리를 위해 높은 배당을 지속하는 경향이 이어져 온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카드사들이 입장을 바꿔 배당규모를 축소한 데에는 악화된 수익성이 영향을 줬다.

카드사는 지난해부터 가맹점 수수료를 한차례 낮춰 적용하면서 긴축 경영에 돌입했다. 마케팅 비용 축소, 영업점 통폐합과 같은 비용 절감으로 지난해 수익 악화를 일부 방어한 만큼, 고배당 기조를 유지할 수 없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카드사의 배당 축소는 레버리지 규제비율(자기자본 대비 총자산 한도)’ 개선으로 이어진다.

현재 카드사는 자본건전성 관리를 위해 레버리비 비율을 6배 이내로 관리하고 있다. 카드사 입장에서는 배당금을 줄여 이익잉여금을 더 쌓으면 그 만큼 영업자산을 확대할 수 있는 셈이다.

금융위원회 역시 지난달 카드사 CEO들을 만나 배당 축소 등 레버리지 비율 완화 효과를 누리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입장을 전달한 바 있다.

저작권자 © 대한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