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보험설계사를 시작했다는 지인들의 연락이 온다. 좋은 보험이 있다며 가입해 달라는데 정말인지 모르겠다. 받는 월급은 뻔한데, 관계 때문에 가입했다가 나중에 후회하면 어떡하나 하는 생각도 든다. 나의 '재무설계'에 도움이 되는 보험인지 알아보고 싶다. 그런데 시간이 없다. [편집자 주]

<대한데일리=임성민 기자> 현 정권 들어 치매에 대한 사회의 관심이 높아졌다. ‘치매국가책임제’라는 제도를 만들어 국가가 국민의 치매를 관리해준다는 정책에 따른 것이다. 이에 민간 보험사들도 치매에 대한 위험성과 보장의 필요성을 부각시키면서 많은 치매보험을 만들어냈다. 치매보장을 원하는 소비자, 치매보험을 판매하는 보험사. 소비와 공급이 맞아떨어지면서 소비자의 선택 권한이 확대됐다.

치매보험이 인기를 끌면서 보험사들이 너도나도 치매보험을 내놨다. 현재 18개 생명보험사에서 90개 치매보험 상품이 판매되고 있고, 7개 손해보험사에서 52개 상품을 취급하고 있다. 너무 많은 치매보험, 소비자는 어떤 상품을 가입해야 할까.

치매보험을 가입하려거든 다음 7가지를 체크하는 것이 좋다. 

우선 목돈 마련을 위한 목적으로 가입하면 안 된다. 치매보험이 인기를 끄는 작년부터 현재까지 치매보험 홍보 전단지를 보면 대부분 환급금을 강조한 경우가 많다. 보험료를 내는 동안 치매에 대한 보장을 받고, 보험금을 받지 않을 시 높은 환급금을 받을 수 있다는 설계 방법이다. 하지만 보험을 가입하는 목적이 목돈 마련 혹은 노후 연금 대비라면 보장성보험인 치매보험은 적합하지 않다.

가입형태도 봐야 한다. 상품의 형태가 무해지환급형인지 저해지환급형인징에 따라 중도 해지 시 내가 돌려받는 금액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보험의 특성상 중도에 해약할 경우 손실이 불가피하지만 무해지환급형은 보험료가 가장 저렴한 대신 환급금이 없고, 저해지환급형은 일부만 돌려받을 수 있어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

가급적 경증(경도, 중증도) 치매를 보장하는 상품을 선택하는 게 유리하다. ‘경증치매’는 기억력이 떨어지고 사회생활에 일부 제약은 있지만 일상생활이 가능한 상태를 말한다. 누군가의 도움 없이 생활이 어렵고 하루 종일 누워서 생활하며, 대부분의 기억이 상실된 경증치매와 비교해 보장을 받을 확률이 높은 담보다.

보험사의 보장 의무인 만기는 최대한 높게 설정하는 게 좋다. 보통 치매는 65세 이상의 노인에게 발병하는데, 나이를 먹을수록 치매 발병률은 높아진다. 이 때문에 90~100세 혹은 종신까지 보장되는 상품에 가입하는 게 유리하다. 만일 만기가 짧다면 보험료를 다 냈어도 만기 이후 치매에 걸리면 보험금을 받지 못할 수 있다.

지정대리인청구제도를 활용하면 자칫 받지 못할 보험금도 수령할 수 있다. 지정대리인청구제도란 보험계약자, 피보험자 및 보험수익자가 모두 동일한 경우 계약자가 보험금을 직접 청구할 수 없는 상황에 대비해 가족 등이 보험금을 대신 청구할 수 있도록 지정하는 것이다. 기억력이나 활동에 제한이 생길 수 있는 치매에 걸릴 경우 보험금을 직접 청구하기 어렵기 때문에 반드시 활용하는 게 좋다.

보험금 지급기준은 반드시 살펴보고 가입해야 한다. 지난해 초 치매보험 판매가 과열되면서 병원 전문가의 뇌영상검사(CT·MRI 등)의 진단에 따른 보험금 지급 유무가 논쟁이 됐다. 문제는 약관상 ‘컴퓨터단층촬영(CT)이나 자기공명영상(MRI) 등 뇌영상검사를 기초로 한다’고 기재해 검사결과를 필수 제출토록 하는 상품도 있다.

특히 경증치매는 뇌영상 검사로 확진을 받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치매 척도를 나타내는 CDR이 1(경증치매)이 나오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이럴 경우 보험금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으니 약관을 잘 살펴야 한다.

생명보험사와 손해보험사, 업권별로 상품도 다르다. 손해보험사는 초기에 지급하는 진단비 규모가 크고, 생명보험사는 오랜 기간 쓸 수 있는 간병비 지원금이 많다. 가입자의 성향에 따라 업권별 상품을 선택하면 된다.

가능하다면 보험가격지수가 낮고, 예정이율이 높은 상품을 선택하는 게 좋다. 보험료를 아낄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보험료가 저렴하다면 장기간 유지해야 하는 보험상품을 중도 해지하지 않을 수 있다.

치매보험이 단기간 대량 판매되면서 보험사들의 경쟁도 과열됐다. 영업 경쟁은 소비자가 고를 수 있는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수많은 상품 중 나에게 적합한 보험을 고르는 건 어렵겠지만, 알맞은 상품을 보는 안목이 필요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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