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강세이 편집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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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데일리=염희선 기자> 지난해 국민연금이 역대 최고 수익률을 거뒀다. 세 번째 두자리 수익률을 거둔데다가 수익금만 70조원을 넘어섰다. 2018년 투자 손실 이후 1년 만의 분위기 반등에 성공했다. 채권 및 대체투자 비중을 늘리면서 투자 포트폴리오 다변화에도 성공한 모습이다.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에 따르면 2019년 말 기준 국민연금기금 적립금은 736조7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97조9000억원 증가했다.

지난해 연간 운용수익률은 11.3%(잠정)로 기금운용본부 설립(1999년 11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본부 설립 후 두자리 수익률을 거둔 해는 2019년과 2009년, 2010년 3개년 뿐이다.

2019년 얻은 기금운용수익금은 73조4000억원(잠정)이다. 이는 2200만 국민연금 가입자들로부터 한 해 동안 거둬들인 보험료 수입의 1.5배 수준이다. 이에 따른 누적수익금은 367조5000억원으로 국민연금기금 적립금의 절반에 해당한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지난해 수익률은 미국과 중국 간 무역분쟁, 일본 수출규제 같은 불확실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미국 같은 글로벌 주요 국가가 기준금리 인하와 경기부양 노력을 진행하고 각종 경제지표가 개선되면서 글로벌 증시가 강세를 보인데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국민연금의 금융부문 운용수익률은 11.33%였다. 자산군별 수익률을 보면 국내주식 12.58%, 해외주식 30.63%, 국내채권 3.61%, 해외채권 11.85%, 대체투자 자산 9.62%였다. 

특히 해외주식은 연도말 미국과 중국 간의 1단계 무역합의 타결 소식에 고무된 글로벌 증시 상승세 및 환율의 영향을 받아 30%를 넘는 수익률을 기록했다. 국내주식도 반도체산업 등 수출기업의 실적회복 기대로 증시가 10% 가까이 상승하면서 국민연금의 두 자리 수익률 달성을 견인했다.

채권은 국내외 주요국 기준금리 인하·양적 완화 정책 실행에 따른 금리 하향세로 채권시장이 강세를 나타내면서 국민연금의 평가이익 증가에 기여했다. 대체투자는 이자 및 배당 수익과 함께 보유자산의 가치상승으로 인한 평가이익의 영향을 받아 9%가 넘는 수익률을 거뒀다.

2019년 수익률은 2018년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국민연금은 2018년 연간 누적수익률 -0.92%로 손실을 기록했다. 자산별로 국내주식에서 -16.77%, 해외주식 -6.19%, 국내채권 4.85%, 해외채권 4.21%, 대체투자 11.80%였다.

당시 국민연금의 투자손실은 미·중 무역분쟁, 통화긴출, 부실 신흥국의 신용위험 고조로 글로벌 금융시장 약세가 영향을 미친 것을 분석된다. 국민연금은 약 35% 가량의 자산을 국내외 주식에 투자하고 있는 만큼 수익률에는 치명적이었던 것이다. 

국민의 노후준비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국민연금의 투자손실로 국민연금공단은 많은 비판에 시달려야 했다. 국민연금 투자 역량을 의심하는 목소리가 높아졌고, 내부는 핵심 인력 이탈과 함께 인사개입 논란까지 불거졌다. 전주로 내려간 기금의 조직 운영 방식에 대한 비판이 쏟아져 나왔고, 많은 출장으로 인해 업무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불거졌다. 

하지만 부정적인 목소리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국민연금의 투자손실은 다른 주요국 연기금에 비해서 양호한 편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국민연금의 주식 비중(35%)이 다른 연기금보다 낮아 타격이 적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일본 연기금의 총수익률은 -7.7%를 기록했는데, 자산 내 주식비중이 48%에 달했다. 48% 주식 비중을 보유한 미국 연기금도 -3.5%의 수익률을 거두기도 했다. 

2018년의 투자손실과 지난해 압도적인 수익률을 지켜본 전문가들은 국민연금의 수익률 평가에 일희일비하기보다, 장기 관점에서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국민연금은 기금 설치 1988년 이후 2019년까지 연평균 누적 5.86%의 수익률을 거두고 있다. 최근 5년간 5.45%, 최근 3년간은 5.87% 수익률이다.  장기 관점에서 봤을 때 국민연금은 2018년의 손실과, 2019년 수익 극대화에 큰 영향을 받지 않고 예·적금보다 안정적인 수준의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2018년의 투자 손실과 2019년의 높은 수익률 모두 장기 관점에서 분석할 필요가 있다”며 “국내외 증시의 분위기에 따라 기금의 수익률이 급등과 급락을 반복할 수 있기 때문에 한 해 수익률만 보고 비판하거나 전략의 수정을 요구하는 분위기는 지양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연금의 장기 수익률에 안정성을 기하기 위해서는 해외투자와 대체투자를 확보하는 등 투자다변화를 지속 추진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국민연금은 전문가들의 견해를 받아들여 투자 포트폴리오 다변화 노력을 지속해오고 있다. 이 결과 지난 10년간 채권투자 비중은 29.5%포인트 줄어들고 주식 및 대체투자는 각각 22.8%포인트, 7.0%포인트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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