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데일리=이봄 기자> 금융권가 여전히 채용 및 승진 과정에서 여성을 심각하게 차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여성을 비정규직, 고졸로 주로 채용하는 유형 차별은 개선되지 못하고 더 심각해졌다.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이 소속 지부 90여개 중 77개를 대상으로 여성 채용 및 부서장·임원 비율 현황을 조사한 결과, 지난해 77개 사업자는 총 2552명의 신입사원을 뽑았다. 이 중 여성 비율은 절반이 넘는 55.5%였다.

문제는 신입사원 중 비정규직으로 채용된 1066명에 대한 여성 비율이 76.2%에 달한다는 것이다. 이는 전년 비정규직 여선 신입사원 채용 비율 대비 6.2%포인트 늘어난 수준이다. 반면 정규직 신입사원 중 여성 채용 비율은 45.8%에서 40.4%로 5.4%포인트 줄었다. 금융사가 정규직 채용 부문에서는 여성을 더 적게 뽑고, 비정규직 채용 부문에서는 여성을 더 많이 뽑은 셈이다.

학력을 기준으로 놓고 봐도 채용에서의 여성 차별 경향성은 뚜렷했다. 조사 대상 사업장들은 2019년 한 해 동안 고졸 학력의 신입사원을 총 422명 채용했다. 이 중 여성은 총 358명으로 비율상 84.8%에 달한다. 2018년 기준 고졸 학력 신입사원 채용에서의 여성 비율은 84.4%(380명)였다.

초대졸 이상의 학력이라 해도 여성은 정규직으로는 남성보다 ‘더 적게’ 채용됐다. 2019년 초대졸 이상 정규직 부문에 채용된 신입사원 1407명 중 여성 비율은 37.5%에 불과했다. 반면 초대졸 이상 채용 722명 중 비정규직으로 뽑힌 여성은 527명(73.1%)이었다. 이는 초대졸 정규직 여성 채용 비율의 2배에 근접하는 수치다.

유리천장 문제 역시 지속되고 있었다. 사무금융노조 소속 90여개 지부의 전체 직원은 7만9226명이며 이 중 42.5%(3만3659명)가 여성이다. 자료 제출에 응한 사업장 77개 회사의 올 2월 기준 전체 임원 1349명 중 여성 임원은 65명(4.8%)에 불과했다.

관리직군 부문에서의 유리천장도 여전했다. 차장직급 부서장 중 여성 비율은 10,2%(601명), 부장직급 부서장 중 여성 비율은 7.2%(246명)이었다.

2016년부터 5년에 걸쳐 전체 직원 중 여성 비율은 40%대를 유지했으나, 여성 임원, 여성 관리자 비율은 여전히 이에 크게 미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사무금융노조 정광원 여성위원장은 “각종 할당제 도입과 함께, 남성과 여성이 동등하게 육아휴직을 의무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성평등 육아휴직제’가 운영될 필요가 있다”며 “특히 이러한 육아휴직 제도가 실효성을 지니려면 사용 과정 및 복직 이후 차별을 예방하기 위한 지속적인 정보공개와 모니터링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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