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강세이 편집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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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데일리=이봄 기자> 10만원 이하 소액대출은 이자율 제한이 없다는 점을 악용한 ‘대리입금’이 성행하고 있다. 일부 국회의원이 10만원 이하 소액대출도 ‘이자제한법’에 따른 법정 최고 이자율을 적용받도록 법률 개정 추진에 나섰지만, 20대 국회 임기 만료가 다가오면서 개정안은 폐기 수순을 밟을 운명에 놓였다.

국회에 따르면 지난해 4월 자유한국당 박완수 의원 등 10인은 ‘이자제한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지난해 7월에도 미래통합당 장제원 의원 등 10인이 비슷한 내용을 담은 이자제한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은 모두 대출금액이 10만원 미만인 소액 거래에 대해서도 법정 최고 이자율을 적용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이자제한법 개정안은 1년에 가까운 시간이 지났지만 논의조차 되지 않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20대 국회 임기는 오는 5월까지지만 4월에 총선이 치러진다는 점을 고려하면 통상 4월부터는 국회가 열리지 않는다. 이자제한법 개정안은 정부와 정치권의 무관심으로 사실상 폐기 수순에 접어들 가능성이 높다.

이자제한법 개정안이 국회를 넘지 못하면서 시장에는 소액 불법대출 양산이 불가피해졌다.

현행 이자제한법상 법정 최고 이자율은 24%다. 예를 들어 100만원을 대출받으면 연간 이자로 최대 24만원만 납부하면 되는 것이다.

그러나 법정 최고 이자율은 대출금이 10만원 미만인 거래에 대해서는 적용되지 않는다. 이자제한법 제2조제5항이 ‘대차원금이 10만원 미만인 대차의 이자에 관하여는 최고이자율 연 24%를 적용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온라인상에서는 이러한 법률 사각지대를 악용한 대리입금이 확산되고 있다.

대리입금은 급전이 필요한 중·고교생이나 대학생에게 신분증과 개인정보, 휴대폰 인증 등을 받고 10만원 이하 소액을 빌려주는 불법대출이다. 대리입금은 열흘 이내의 짧은 대출기간으로 운영되며 수고비 명목의 이자율이 최고 50%에 육박한다. 연체이자(지각비) 또한 시간에 따라 2~3만원 수준으로 높게 책정된다. 소액처럼 보이지만 연이자로 환산하면 1500%가 넘는 초고금리가 적용되는 셈이다.

금융당국도 대리입금을 두고 이렇다 할 해결책을 못 내놓고 있는 상황이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AI를 활용해 대리입금과 같은 불법 금융광고 적출에 나섰지만, 소액 대출에 대한 고금리 적용이 이자제한법에 저촉되지 않아 처벌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대리입금을 통해 빌린 돈을 갚지 못할 경우 폭행이나 협박 등 2차 피해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대리입금을 처벌할 만한 법적 근거가 없어 돈을 빌려준 사람과 빌린 사람 모두 문제가 생겨도 신고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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