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데일리=이봄 기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기업들의 정기 주주총회 풍속도를 바꿨다. 정기 주총 시즌이 다가오면서 기업들은 그동안 활성화되지 못했던 전자투표제를 도입해 비대면 의결권 행사를 적극 권장하는 분위기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결산 상장법인 중 3월 셋째주(15일~21일)에 정기 주총을 개최하는 기업 477개사가 전자투표를 실시할 예정이다.

지난 15일 카카오, 신세계, 한화, 현대백화점이 전자투표 이용을 개시했으며, 지난 16일에는 신한금융지주회사, SK이노베이션, 오늘(17일)에는 한국전력공사, 아시아나항공, 셀트리온, 오는 20일에는 씨제이, 포스코 ICT, 포스코 케미칼, 현대리바트 등이 전자투표를 시작한다.

전자투표제는 주주가 주총장에 가지 않고도 본인인증만 하면 온라인으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제도다.

전자투표제는 국내에 도입된 지 10년이 넘도록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 국내 주식시장의 경우 단기투자를 통한 이익 실현을 목적으로 하는 소액주주가 많았던 만큼 주총이 대주주 중심으로 이뤄져 개인들의 주목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정기주총 기준 전자투표시스템을 이용한 행사율(총 발행주식수 대비)은 2017년 1.8%, 2018년 3.9%, 2019년 5.04%로 여전히 한 자릿수에 머무르고 있다.

그러나 올해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전국 곳곳에서 코로나19 소규모 집단감염이 발발하며 공공장소를 기피하는 현상이 이어지면서 기업들은 전자투표를 도입하는 분위기다. 금융당국도 코로나19 확산 방지 차원에서 주주들의 전자투표·서면투표와 전자위임장을 활용을 독려하고 있다.

예탁원은 올해 정기 주총에서 전자투표를 도입한 기업이 최대 46%가량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전자투표 이용사가 650개사에 불과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올해 전자투표 이용사는 약 850개사에서 최대 950개사까지 늘어난다. 지난 10일 기준 올해 주총에서 전자투표를 이용하는 기업도 540여개사로 집계됐다.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은 “주총으로 많게는 수천명이 모여야 하는 상황에서 전자투표는 기업과 주주 모두의 부담을 덜어주는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며 “전자투표 제도가 우리나라에 도입된 지 10년차를 맞았지만, 아직은 활발하게 이용되고 있지 않아 금융당국은 적극적인 참여 독려로 이번 코로나 위기를 전자투표 활성화의 계기를 마련하는 기회로 만들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대한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