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데일리=이봄 기자> 국제 유가가 4년여 만에 최저치로 폭락하면서 원유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파생결합증권(DLS)이 줄줄이 원금 손실 가능구간(녹인·Knock-in)에 들어섰다. 만약 국제유가 가격이 최종만기일 전까지 일정수준 이상으로 다시 오르면 투자자는 약정한 수익을 지급받을 수 있다. 반대로 유가가 일정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는 경우 투자자는 기초자산 하락률만큼 원금 손실이 불가피하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16일(현지시각) 뉴욕상업거래소에서 4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 거래일보다 배럴당 9.6% 떨어진 28.7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WTI는 2016년 이후 4년여 만에 처음으로 배럴당 30달러선이 무너졌다.

같은날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5월물 브렌트유(Brent)도 배럴당 11.31% 급락한 30.05달러에 마감했다.

국제유가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라 각국이 이동제한에 나서면서 원유수요가 위축될 것으로 예상돼 급락했다. 여기에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가 ‘원유 전쟁’에 돌입해 공격적인 증산을 선언하면서 공급 과잉 우려가 유가 하락에 영향을 줬다.

국제유가가 사상 최저치를 찍으면서 유가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파생결합증권(DLS)에 가입한 투자자들도 원금손실에 빨간불이 켜졌다.

원유 DLS는 기초자산으로 삼는 WTI나 브렌트유 가격이 녹인 구간에 진입하지 않으면 연 최대 10%에 달하는 수익률을 얻을 수 있는 상품이다. 원유 DLS는 6개월 단위로 조기 상환을 진행하며 조기 상환 시점 마다 정해진 녹인 구간(최초 기준가의 40~95% 수준)을 유지해야 수익 실현이 가능하다. 만약 국제 유가가격이 최종 만기일까지 가입 당시보다 40~65% 이상 떨어지면 하락폭이 큰 기초자산 하락률을 기준으로 원금 손실이 발생한다.

증권사들이 국제유가가 배럴당 60~70달러 수준일 때 발행한 원유 DLS는 지난 16일 국제유가를 기준으로 줄줄이 녹인 구간에 진입했다. 이에 따라 증권사들은 원유 DLS에 가입한 투자자들에게 원금 손실 위험을 고지하고 있다.

지난 16일 국제유가를 기준으로 녹인 구간에 진입한 원유 DLS는 총 189개다. 구체적으로는 NH투자증권이 공모 DLS 32개, 사모 DLS 12개 총 50개로 가장 많았으며, 한국투자증권 38개, 삼성증권과 KB증권이 각각 30개, 미래에셋대우가 25개, 신한금융투자가 16개다.

증권사들이 원금손실 가능성을 고지한 DLS는 대부분 2018년 초 이후로 발행됐다. 증권사들은 녹인 구간에 진입한 원유 DLS 대부분이 만기가 오는 2021~2022년에 돌아오기 때문에 원금손실이 확정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증권사 관계자는 “투자자에게 원유 DLS가 원금손실 구간에 진입했다고 고지한 것은 만기 시까지 현재의 유가 수준이 유지되면 원금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의미로 손실이 확정난 것은 아니다”라며 “최종만기일 까지 기초자산 가격이 일정수준 이상을 회복하지 않을 경우네는 손실이 발생할 수 있지만, 일정 수준 이상으로 다시 상승해 수익확정 요건을 충족하면 약전된 수익을 지급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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