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강세이 편집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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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데일리=임성민 기자> 2022년 도입될 예정이었던 IFRS(국제회계기준)17의 시행 시기가 2023년으로 1년 연기됐다. 보험업계는 재무건전성을 건실하게 다질 시간을 벌었다.

다만 미국발 금리 인하가 국내 초저금리 사태를 불러오면서 자본확충에 어려움을 더하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18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국제회계기준위원회(IASB) 이사회는 전날 오후 11시 30분 회의를 진행하고 IFRS17 시행 시기를 1년 연장하기로 결정했다.

IASB가 이사회를 앞두고 사전 공개한 회의자료에 IFRS17 시행 시기를 당초 2022년에서 2023년으로 추가 연장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유럽을 비롯한 각국에서 전산시스템 개발 준비 미흡 등을 고려해 연기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IASB는 14명의 이사회 위원 중 9명 이상이 찬성하며 2023년 시행을 최종결정했다.

IFRS17은 보험사의 부채를 원가가 아닌 시가평가 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회계제도다. IFRS17이 시행되면 과거에 고금리로 판매한 저축성보험은 대부분이 부채로 인식돼 보험사의 부채가 급증한다.

IFRS17은 국내 보험업계에 부정적이다. 관련 전산시스템을 구축해야 하며 인력 정비를 위한 비용이 투입되고, 무리하게 자본을 확충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중소형사의 경우 단기간 내 모든 작업을 마칠 수 있는 여력이 부족하다. 이에 보험사들은 IFRS17 도입에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피력해왔다.

보험업계는 새 회계기준 도입 시기가 미뤄지면서 한시름 놓게 됐다. 자본확충할 시간을 벌었기 때문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IFRS17이 처음 2021년 도입될 예정이었다가 2022년으로 1년 연장 결정됐을 때 관련 시스템 구축 및 자본확충에 필요한 기간이 길어져 한숨 돌린 바 있다”며 “이번 추가 연장도 호재인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내 보험사들의 표정은 여전히 어둡기만 하다. 코로나19 충격이 미국발 금리 인하를 야기하면서 국내 기준금리까지 떨궜기 때문이다.

미국은 지난 15일 기준금리를 1.00%~1.25%에서 0.00%~0.25%로 1.0%포인트 인하 결정했다. 이에 한국은행도 16일 임시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1.25%에서 0.75%로 0.5%포인트 내렸다. 기준금리가 0%대로 들어선 것은 사상 처음이다.

기준금리 인하는 국내 보험사의 채권 수익률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보험업법상 보험사는 총 자산운용액의 70%는 국내에 투자해야 하는데, 보험의 특성상 안정적인 채권에 주로 투자한다. 기준금리 인하는 채권 수익률 저하로 이어져 보험사의 자본확충에 비상이 걸린 셈이다.

특히 과거 판매한 확정 고금리 상품의 역마진 리스크가 존재해 보험사의 비용 부담은 점점 확대되고 있다.

금융당국은 이 같은 보험사의 자본확충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공동재보험 제도를 도입을 확정지었다. 다만 초저금리 기조로 들어선 상황에 웃돈을 얹어 재보험사에 고금리 계약을 넘길 보험사가 있을 지 여부는 실효성 문제로 남고 있다.

IFRS17을 평가하는 K-ICS(신지급여력제도)의 완화 수준과 적용 시점도 아직 알 수 없는 상태다. 금융당국은 2018년 K-ICS 초안을 발표한 후 대부분 보험사의 재무건전성이 미달하는 것으로 확인되자 지난해 기준을 완화한 2.0버전을 발표했다. 초안과 비교하면 보험사들의 건전성이 양호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여전히 미흡한 보험사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자본확충 시간은 벌었지만 금리가 대폭 떨어지면서 정작 수익을 낼 수단이 사라졌다”며 “IFRS17 도입과 관련한 정책들도 실효성과 어느정도 수준에 언제 적용될지 알 수 없어 난항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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