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데일리=이봄 기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국내 주식시장 급락을 외국인이 주도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종목 중에서는 조선 및 반도차, 금융업종이 가장 큰 타격을 받았다.

자본시장연구원은 최근 발간한 ‘코로나19의 주식시장에 대한 영향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주식시장은 코로나19 발생 이후 약 20% 하락했다.

국내 주가지수 하락은 코로나19 발생 이후 외국인 매도세가 주도한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13일까지 외국인은 국내 유가증권시장에서 11조5000억원을 순매도했다.

자본시장연구원 김준석 선임연구위원은 “통상 한국 주가지수와 외국인순매수는 매우 밀접한 상관관계를 보이고, 특히 주가가 하락할 때 상관관계가 더 높은 경향을 보인다. 이번 코로나19 발생 이후 주가하락 과정에서도 이러한 경향은 여전히 뚜렷하게 나타난다”며 “특히, 주요국 주식시장의 하락이 본격화된 시기의 외국인 순매도는 중국요인, 글로벌요인, 유가요인에 대한 민감도가 높은 업종에 집중됐다”고 말했다.

국내 상장기업 주가변화를 업종별로 살펴보면, 의료, 소프트웨어, 화학, 통신서비스 등의 하락폭이 상대적으로 작고, 조선,에너지, 건설, 미디어, 은행·보험, 소비자 서비스 등의 하락폭이 큰 것으로 집계됐다. 초기에는 감염병 확산에 따른 이동제약과 중국수요 위축의 영향이 큰 소비자서비스, 생활용품, 유통 부문에 타격이 가장 컸다. 그러나 주요국 증시의 동반 급락이 시작되면서 글로벌 경기에 민감한 조선, 자동차 및 부품과 거시경제 안정성에 민감한 은행·보험 등 금융부분의 하락폭이 급격히 확대됐다.

다만 국내 주식시장은 코로나19의 세계적 확산이 가시화되고 국제유가 하락이 시작된 시점 이후의 하락폭이 주요국 대비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20일부터 지난 13일까지 17거래일 동안, 미국 -20%, 일본 -26%, 독일 -33%, 프랑스 -33%, 이탈리아 -37%의 수익률을 기록한 바 있다. 특히 지난 9일 국제유가 폭락은 미국 주식시장을 패닉에 빠뜨려 S&P500은 7% 이상 급락해 1997년 이후 처음으로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다.

자본시장연구원은 미국과 유럽 주요국으로 확산된 코로나19가 조기에 효과적으로 통제되지 않을 경우 세계경제에 미치는 타격이 클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 주식시장 역시 당분간 높은 변동성에 노출될 것으로 예상돼 국내 상장기업이 장기적 충격을 견뎌내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진단이다.

김준석 선임연구위원은 “중국에 이어 미국이 코로나19의 영향권에 접어든 것은 한국경제에 가장 부정적인 시나리오에 해당한다”며 “코로나19에 대한 치료제나 백신이 개발된다면 코로나19 사태가 안정화되는 중요한 전환점이 만들어질 수 있겠으나 여기에도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19의 경제적 충격이 장기화 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패닉에 빠진 외국인의 매도로 인한 주가의 단기적 급락에 대응하는 것보다 수익성과 성장성이 취약한 국내 상장기업이 장기적 충격을 견뎌내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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