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원 기업은행장이 내정자 신분이었을 때, 기업은행 노종조합이 출근 저지 투쟁을 하고 있는 모습.

<대한데일리=염희선 기자> 기업은행 노동조합과 윤종원 기업은행장 간 갈등이 불거졌다. 노조가 근로기준법 위반을 이유로 은행장을 고발하면서 취임 당시 몇가지 합의안으로 무마된 듯한 외부출 CEO 리스크가 재점화됐다. 일각에서는 윤종원 은행장이 취임 시 작성한 공동선언문에 담긴 노조이사제 같은 안건을 관철하기 위한 노조의 우회 전략으로 풀이했다.   

지난 18일 기업은행 노조는 근로기준법 및 산별 단체협약에 기준근로시간과 초과근로제한이 명시돼있는데도 은행이 PC-OFF 프로그램 강제 종료를 통해 불법을 저질렀다며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 윤종원 은행장을 고발 조치했다고 밝혔다. 

김형선 기업은행 노조위원장은 "코로나19로 국가적 재난 상태다. 기업은행은 위기 극복에 도움이 되고자 6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영업점은 하루 수십건에서 많게는 백여건의 코로나19 관련 대출 업무를 처리 중이다. 해당 업무만으로도 근무시간이 모자라다"며 "하지만 은행은 기존 이익 목표를 하나도 조정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코로나19로 영업점 방문 고객이 현저히 줄어든 상황에서, 이 같은 조치는 결국 긴급히 자금이 필요해 찾아온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에게 각종 금융상품을 가입시키라는 것과 다름 없다는  게 노조의 입장이다. 노조는 코로나19로 자금 지원 업무에 실적 챙기기까지 시간이 모자란 직원들이 편법으로 야근을 하거나 퇴근 후에도 대출서류를 집으로 싸들고 가는 게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기업은행 노조 측은 "은행이 지금처럼 금융 공공성보다 이익 창출에 치중한다면 모든 역량을 총동원해 투쟁할 것"이라며 "위기 극복에 집중할 수 있도록 상반기 실적 목표는 제외하고 코로나19 금융지원에 집중해야 한다. 국책금융기관의 공적 역할에 충실해달라"고 말했다.

기업은행 노조의 반발에 일각에서는 외부출신 행장 압박을 위한 우회전략으로 분석했다.

과거 기업은행 노조는 정부가 윤종원 은행장 임명을 강행하자 출근 저지 투쟁을 이어갔고, 이후 대화를 통해 노사 공동선언에 합의한 바 있다. 공동선언 이후 윤종원 행장은 간신히 취임식을 개최하고 공식 업무를 실시할 수 있었다. 당시 공동선언은 희망퇴직 문제 해결, 직무급제 도입 시 노조가 반대하면 미추진, 노조 추천이사제 협의와 같은 노조가 실리를 취할 수 있는 안건은 모두 담겼다는 평가를 받았다. 

은행 관계자는 "외부출신인 윤종원 은행장이 노조의 기나긴 반대 끝에 취임하면서, 노조와의 힘싸움에서 밀린 부분이 있다"며 "노조 추천이사제, 희망퇴직 문제를 본격적으로 논의하기 전 노조가 은행장을 압박하기 위한 카드로 사용한 측면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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