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데일리=이봄 기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쇼크로 국내 증시가 연일 바닥을 찍자, 정부가 10조원 규모의 채권시장안정펀드(채안펀드)를 가동하기로 했다. 시장에서는 정부의 채안펀드 조성 조치로 기업들이 단기 유동성 부족을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코로나19 확산이 지속되는 한 기업의 실적 감소는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9일 비상경제회의를 열고 채안펀드를 가동해 일시적으로 자금난을 겪고 있는 기업에 대한 유동성 공급에 나선다고 밝혔다.

채권시장안정펀드는 채권시장 경색으로 인해 자금난을 겪는 기업들의 유동성 지원 및 국고채와 회사채의 과도한 스프레드 차이를 해소하기 위한 펀드다. 채안펀드는 시장을 대신해 회사채를 매입해 기업의 유동성 공급을 돕는다.

앞서 정부는 1997년 IMF외환위기 당시 30조원,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시 10조원 규모의 채안펀드를 가동했다. 당시 채안펀드는 한국은행을 포함한 은행권, 보험사, 증권사가 출자해 채권을 매입하는 식으로 시중에 유동성이 공급됐다.

이번 채안펀드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국내외 금융시장 불안감이 커지는 가운데 미국 기업의 유동성 우려가 국내 기업까지 전이되면서 이뤄졌다. 정부는 다음주 중 2차 회의를 열고 채안펀드 규모 등 세부방안을 확정해 발표할 계획이다. 과거 채안펀드 조성 사례를 감안하면 이번 매입 대상 역시 우량등급 회사채·여전채·은행채가 주요 대상일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에서는 채안펀드가 일시적으로 유동성이 부족한 기업에게 숨통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제로 정부가 2008년 채안펀드를 가동했을 때도 기업의 크레딧 스프레드는 축소됐으며 시장은 안정기에 접어든 바 있다. 채권 시장 경색으로 자금난을 겪었던 기업도 단기 유동성이 공급돼 시장의 부도 우려가 축소됐다.

NH투자증권 한광열 연구원은 “국내 기업들의 전반적인 펀더멘털 및 유동성은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고 판단된다. 다만 현금 수요 고조로 단기 자금 경색, 우량 기업의 크레딧까지 매도하는 상황이 지속된다면 우려가 현실화될 것”이라며 “정부도 이러한 점을 인지해 일시적인 유동성 부족을 방지하고 크레딧 시장을 안정화하기 위해 펀드를 조성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코로나19 확산이 지속되는 경우 채안펀드의 효과는 크지 않을 것으로 분석된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기업의 실적 감소, 펀더멘털 약화가 이어져 크레딧 시장 불안감이 더 커질 것이라는 진단이다.

한광열 연구원은 “매입 대상이 우량 기업에만 한정될 경우 유동성 상황이 열위한 비우량 기업의 부도 확대는 불가피할 것”이라며 “하위 등급뿐만 아니라 상위 등급 채권까지 가파른 약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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