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데일리=이봄 기자> 국내 증시가 1거래일 만에 다시 하락세로 전환했다. 국내 주식시장은 정부가 600억달러 규모의 한미 통화스와프를 체결한 영향으로 반등하는 듯 했지만, 코로나19 공포심리 확대가 지속되면서 5% 넘게 떨어졌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3일 코스피 지수는 전거래일보다 5.34% 떨어진 1482.46으로 장을 마감했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개장 직후 1500선이 붕괴되면서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사이드카는 코스피2000 선물지수가 전일 종가 대비 5% 하락한 상태로 1분 이상 지속되면 발동되는 것으로 5분간 프로그램 매도호가 효력이 정지된다.

코스피 시장에서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된 것은 지난 19일 이후 2거래일만이다. 매수 사이드카까지 합하면 올해 총 다섯번째다. 코스닥 시장 역시 올해 들어 세 번째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됐으며, 전 거래일보다 5.13%떨어진 443.76으로 마감했다.

이날 국내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상위 100위 종목 중 상승 마감한 종목은 9종목뿐이다. 시총 상위 50위 중에서는 삼성바이오로직스(0.12%), 셀트리온(12.79%), 엔씨소프트(1.06%), 한국전력(0.87%), 삼성생명(6.92%), 삼성화재(7.34%), 고려아연(0.34%), 한진칼(17.26%)만이 상승 마감했다. ‘달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마라’는 분산투자를 강조한 증시격언이 무의미해진 셈이다.

증시 하락은 외국인 투자자가 코스피 시장에서 6400억원, 코스닥 시장에서 1302억원 가량을 순매도해 13거래일째 ‘팔자’ 행진을 이어가며 주도했다. 국내에서 코로나19 확진 판정 본격화된 지난 1월 21일부터 23일까지 코스피에서 외국인이 팔아치운 순매도 금액은 15조원이 넘는다.

외국인 투자자의 팔자 행진은 환율 급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국내 주식시장에서 발을 빼는 외국인의 달러 환전 수요가 늘면서 외화자금시장에서 단기 유동성 부족 현상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23일 기준 전 거래일보다 1.73%오른 1266.50원에서 장을 마감했다. 지난 19일 한국은행이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와 600억달러 규모의 양자 간 통화스와프 계약을 체결한다고 밝히면서 원·달러 환율은 1140원대로 떨어졌었다. 그러나 미국 정부의 2조달러 규모 코로나19 경기부양책 관련 법안이 상원 절차 표결에서 부결되면서 시장의 위험 회피 심리는 되살아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확산이 둔화세로 접어들어야 국내 금융시장이 안정을 찾을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지역에서는 코로나19 확산이 빠른 속도로 진행돼 이에 따른 소비 심리 둔화, 고용 감소 우려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교보증권 김형렬 리서치센터장은 “현재 금융시장은 4~6월 동안 통제 불가능할 정도로 감염자 수가 증가하는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반영하고 있다”며 “그러나 만약 글로벌 확진자 수가 중국과 한국의 사례처럼 한달 이내로 감소세에 접어들거나 백신 개발이 빠르게 진행될 경우 시장의 반등이 일시적으로 진행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회사채 매입 조치 등으로 신용 리스크가 완화돼야만 금융시장이 안정세로 접어들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현재 에너지 업종을 포함한 전체 기업은 신용 리스크 상승으로 인해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코로나19 확산으로 기업 매출이 급감해 채무 상환을 하지 못하게 될 가능성을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며, 미국의 신용 스프레드는 금융위기 이후 최대 폭으로 상승하고 있다.

대신증권 조승빈 연구원은 “전세계적으로 다양한 정책이 나오고 있지만, 이러한 움직임은 그만큼 다양한 분 야에서 문제가 발생되고 있음을 의미하기도 한다”며 “ 지표가 현재 불안한 영역에 위치해 있지만, 최근 전일대비 하락속도가 다소 완만해지고 있다는 점에서 정책효과에 대한 기대감은 조금씩 높아질 수 있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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