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기자단] 사막에서 하룻밤을
[시민기자단] 사막에서 하룻밤을
  • 오은희 시민기자
  • 승인 2020.03.31 13: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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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갈 수 없는 여행, 그리고(3)
골든시티 자이살메르의 모습. 지평선 끝에 사막이 보인다.
골든시티 자이살메르의 모습. 지평선 끝에 사막이 보인다.

<대한데일리=오은희 시민기자> 사막에서의 하룻밤. 말로만 들어도 낭만적인 경험을 하고 싶다면 인도의 황금도시 자이살메르로 떠나보자.

자이살메르(Jaisalmer)는 인도 북서부에 있는 도시 중 하나로, 핑크시티인 자이뿌르(Jaipur), 블루시티인 조드뿌르(Jodhpur)와 함께 인도 내 대표적인 컬러도시로 꼽힌다. 자이살메르의 상징색은 금빛이다. 도시 전체가 옅은 황토색을 띄어 골든시티(Golden city, 황금도시)라는 이름을 가지게 됐다. 도시 주위를 사막이 둘러싸고 있는 점도 골든시티라는 이름에 힘을 보탠다. 자이살메르 높은 곳에 오르면 지평선 저 끝까지 옅은 금빛이 반짝반짝 거리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루프탑에 올라가서 그 풍경을 마주하는 순간 사막 사파리 투어를 해야겠다는 결심이 들었다. 근처에 있는 여행사에 들러 바로 사파리 투어를 예약했다. 투어날 아침 9시, 약속된 장소에 모여 지프차를 탔다. 비포장도로를 1시간쯤 달렸을까 낙타몰이꾼 둘과 낙타 4마리가 우리를 마중 나와 있었다.

낙타몰이꾼을 따라 줄지어 행렬했다. 낙타를 타는 일은 생각보다 쉬운 일은 아니었다.
낙타몰이꾼을 따라 줄지어 행렬했다. 낙타를 타는 일은 생각보다 쉬운 일은 아니었다.

난생 처음 가까이서 본 낙타는 생각보다 너무 컸다. 낙타를 타는 것은 처음에는 신나는 일이었지만, 갈수록 허리나 다리에 통증이 밀려왔다. 더군다나 내가 상상했던 사막의 모습과는 달리 황량한 백사장같은 길만 보여서 슬슬 짜증도 났다. 여행사에 투어 사기를 당한게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 때쯤 사막은 마법처럼 내 눈앞에 펼쳐졌다.

자이살메르에서 만난 거대한 모래언덕 듄.
자이살메르에서 만난 거대한 모래언덕 듄.

듄(Dune)이라고 불리는 거대한 모래언덕이 우리 주위를 둘러싸고 바람 따라 모래가 이리저리 거대한 물결을 만들어냈다. 모래에 비친 우리의 그림자를 보고 있자니 마치 ‘알리바바와 40인의 도적’ 중 하나가 된 기분이었다.

오후 2시쯤 됐을까, 몰이꾼이 낙타를 멈춰 세웠다. 잠시 휴식을 취하려나 했는데, 웬걸 여기가 우리가 오늘 하룻밤을 보낼 곳이라고 했다. 그곳에는 모래 말고는 아무것도 없었다. 정말 아무것도. ‘설마 텐트는 있을거야’라고 했던 생각은 완벽한 오산이었다.

낙타몰이꾼들이 갓 튀겨준 식전 과자.
낙타몰이꾼들이 갓 튀겨준 식전 과자.

몰이꾼들은 낙타들이 도망가지 못하도록 묶어두고, 우리의 저녁 식사를 준비해줬다. 먼저 그들은 가져온 기름으로 과자를 튀겨 주었다. 아무것도 없는 허허벌판에서 뭘 만들어줄까 했는데, 그들은 인도 커리를 완벽하게 만들어줬다. 너무 맛있어서 호들갑을 떨게 되는 맛이었다. 물론 간간이 작은 모래 알갱이가 씹히긴 했지만, 그마저도 사막에서 먹는 카레맛을 방해하진 못했다. 두그릇 먹고 싶은걸 겨우 참고 사막을 둘러봤다. 아무리 주변을 걷고 걸어도 모래와 우리를 제외하곤 아무것도 없었다. 뜨거운 햇살을 피하고 싶어도 주변에 나무 한 그루 찾기 어려웠다. 가만히 서 있으면 등에서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정신이 혼미했다. 왜 사막에 떨어진 소설 속 주인공들이 신기루를 발견하게 되는지 알 것만 같았다.

사막 사파리투어에서는 오아시스도 만나볼 수 있다.
사막 사파리투어에서는 오아시스도 만나볼 수 있다.

해가 떨어지자, 사막은 무섭게 추워졌다. 몰이꾼들이 모닥불을 피워줬고 우리는 함께 둘러앉아 탄두리치킨과 감자를 구워 먹고 맥주도 한잔 씩 마셨다. 낙타 사파리 투어로 인연이 된 낯선이들과 여행 얘기, 살아온 얘기들을 나누며 밤이 깊어졌다. 모닥불을 비벼 끄고 잠에들 준비를 했다. 몰이꾼들이 우리에게 마련해준 잠자리는 얇은 모포와 침낭이 전부였다. 패딩과 털모자까지 완전무장한 채 잠자리에 쪼르르 누웠지만, 위, 아래에서 전해지는 냉기를 막을 수는 없었다. 하지만 하늘을 바라보니 이런 추위마저 잊히는 것 같았다. 밤하늘 속 수 백개의 별들이 쏟아질 듯 박혀있었고 허풍을 조금 보태 5분에 한 번 떨어지는 별똥별을 볼 수 있었다. 별똥별이 떨어질 때마다 소원을 빌다가 나도 모르게 스르륵 잠이 들었다.

투어의 하이라이트 캠프파이어.
투어의 하이라이트 캠프파이어.

아침이 오고 달달한 짜이 끓는 냄새에 잠이 깼다. 몰이꾼들이 만들어준 삶은 달걀, 갓구운 토스트를 아침으로 챙겨 먹고 우리는 다시 낙타에 올라탔다. ‘다시 내가 사막에서 하룻밤을 보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아쉬워져 자꾸만 뒤를 돌아보게 됐다. 춥고, 등 배기고, 화장실도 없는 불편한 것 투성이의 사막 호텔이었지만, 나에겐 5성급 호텔 못지않은 최고의 숙소였다. 이곳이 자주 그리울 것 같다.

*자이살메르 사막 투어-낙타 사파리의 원조라 불리는 투어 중 하나로, 인도 자이살메르 근방 타르사막에서 체험할 수 있다. 낙타사파리 상품은 ‘투어리스틱 사파리(Touristic Safari)’와 ‘논투어리스틱(Non Touristic Safari)’ 크게 두 가지로 구분된다. 투어리스틱 사파리는 낙타를 타고 사막으로 들어가서 텐트 등 숙박시설이 지어져 있는 숙박업소에서 지내며 공연도 보고 식사도 할 수 있는 코스다. 논투어리스틱 사파리는 인공시설이 하나도 없는 한적한 모래밭으로 가서 낙타몰이꾼이 해주는 식사를 할 수 있다. 침대나 텐트 등 별도의 숙박시설은 없다. 숙박 일정은 반나절 사파리, 원데이 사파리, 1박 2일 사파리, 일주일 장기 사파리 등으로 나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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