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강세이 편집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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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데일리=이봄 기자> 카드사들이 선불카드 판매를 중단하거나 관련 혜택을 축소하고 있다. 가맹점 수수료 인하 영향으로 수익성 악화가 예상되면서 선불카드 환불을 악용해 할인 및 적립 혜택만 과도하게 가져가는 ‘체리피커’를 차단하기 위해서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카드는 지난달 29일부터 ‘삼성충전카드’로 기프트·선불카드, 상품권을 구매 또는 충전하지 못하도록 이용을 제한했다.

삼성충전카드는 삼성카드 앱에서 발급받아 온·오프라인 가맹점에서 사용할 수 있는 모바일 선불카드다. 충전카드는 신용카드와 은행계좌를 통해 충전할 수 있으며 만 14세 이상이라면 삼성카드를 보유하지 않아도 이용할 수 있다.

롯데카드도 지난달 15일부터 ‘제주패스플러스(JEJUPASS PLUS+)’ 선불카드 판매를 종료했다.

카드사들이 선불카드 관련 부가서비스를 축소하거나 판매를 중단하는 이유는 선불카드 환불을 악용하는 체리피커를 막기 위해서다.

선불카드는 약관에 따라 권면금액 또는 충전금액의 60% 이상을 사용한 경우 남은 잔액을 환불받을 수 있다. 예를 들어 100만원짜리 선불카드를 신용카드로 구매하고 60만원을 사용했다면 남은 40만원은 현금으로 돌려받을 수 있는 것이다.

고객은 신용카드 결제를 취소하는 게 아니라 선불카드 남은 금액을 환불받은 것이기 때문에 신용카드 결제금액 전액에 대해 전월 실적을 인정받을 수 있다.

만약 항공 마일리지가 적립되는 신용카드로 선불카드를 구입해 사용한 뒤 구입금액의 40% 이하를 현금으로 환불받는다고 하더라도 고객은 선불카드 구입액 전액에 대해서 항공 마일리지를 적립할 수 있는 셈이다. 체리피커 사이에서 이 같은 환불 방식은 ‘선불카드 신공(神功)’으로 주목받고 있다.

반면 카드사 입장에서는 고객이 실제 사용한 신용카드 금액보다 더 많은 마일리지를 적립해 줘야해 손해가 발생한다. 카드사들은 이처럼 항공 마일리지 적립 혜택만 챙기고 선불카드 남은 금액을 현금으로 환불받는 고객을 대표적인 체리피커로 꼽는다.

카드업계는 적자를 안겨주는 체리피커를 막기 위해 기존 혜택을 줄이거나 아예 없앨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카드사 관계자는 “상품 설계 시 생각하지도 못한 방법을 이용해 본인이 사용한 신용카드 금액보다 더 많은 혜택을 가져가는 소비자들이 늘어나고 있다”며 “특히 재테크 카페에 혜택을 더 많이 받을 수 있는 방식이 소개되면 이를 활용하는 체리피커가 늘어나 관련 서비스를 중단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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