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 강세이 편집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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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데일리=이봄 기자> 국제 유가를 기초자산으로 삼는 파생결합증권(DLS)에 투자한 투자자들이 손절에 나섰다. 최근 국제유가가 20달러선까지 떨어지면서 대부분의 원유 DLS가 원금손실 위험 구간(녹인·Knock-in)에 진입해 조기 상환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5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 거래일보다 배럴당 6.6% 떨어진진 20.09달러에 장을 마쳤다. 이는 2002년 2월 이후 약 18년 만의 최저 수준으로, WTI는 장중 19.27달러까지 하락하면서 20달러선이 무너지기도 했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의 6월물 브렌트유 역시 같은날 9.19% 폭락한 22.64달러 선까지 떨어졌다.

WTI와 브랜트유는 모두 올해 초 60달러를 웃돌며 상승세를 이어갔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수요가 줄어든 데다,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가 유가전쟁에 나서면서 3분의 1토막 났다.

국제 유가가 연일 급락하면서 원유를 기초자산으로 삼는 DLS도 직격탄을 맞았다.

원유 DLS는 기초자산으로 삼는 WTI나 브렌트유 가격이 원금손실 위험 구간에 진입하지 않으면 연 최대 10%에 달하는 수익률을 얻을 수 있다. 원유 DLS는 유가가 발행 당시 기준가격의 50% 미만으로 떨어지지 않으면 원금 손실이 없다. DLS는 통상 6개월 단위로 조기상환을 진행하며 조기상환 시 기준가격이 정해진 녹인 구간 아래로 떨어지지 않아야 조기 상환이 가능하다. 투자자들은 만기를 기다리지 않고 첫 번째 조기 상환 시점에 원리금을 회수한다.

현재 조기상환일이 돌아온 원유 DLS의 경우 모두 지난해 10월 이전에 발행됐다. 발행 당시 유가가 40~60달러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원유 DLS의 녹인 구간은 20~30달러 선이다. 대부분의 원유 DLS가 녹인 구간에 진입한 셈이다.

실제로 지난달 DLS 조기상환 건수(원화대상)는 66건에 그쳤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324건이 넘는 조기상환이 이뤄졌다는 것과 비교해보면 3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기초자산이 녹인 구간에 진입한 탓에 조기상환이 이뤄지지 못하고 6개월 뒤로 예정된 조기상환일로 상환이 순연된 것이다.

반면 지난달 DLS 중도상환 건수(원화대상)는 354건으로 4배 가까이 뛰었다. 조기상환에 실패한 투자자들이향후 유가가 더 폭락하거나 현재 수준을 유지할 것을 우려해 원유 DLS 투자에서 발을 빼고 있다.

전문가들은 올해 말까지 국제 유가가 배럴당 40달러 선에서 그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에 따라 원유 DLS 손실 규모 역시 커질 전망이다.

신한금융투자 박광래 연구원은 “미국 원유 생산이 감소해도 공급 증가 우려를 말끔히 해소하기는 어렵다”며 “올해 말 기준 WTI 가격은 배럴당 40.5달러 선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며 밴드 기준으로는 20~65달러 선”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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