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손해보험 노조와 사측의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2018년 임금단체협상에 실패하면서 노조는 총파업마저 예고했다.(사진=이미지투데이)
KB손해보험 노조와 사측의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2018년 임금단체협상에 실패하면서 노조는 총파업마저 예고했다.(사진=이미지투데이)

<대한데일리=염희선 기자> KB손해보험 사측과 노조 간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2018년 임금단체협상에 끝내 합의하지 못하면서 노조는 총파업에 돌입할 조짐이다. 올 초 국민은행 노사 갈등을 간신히 잠재운 KB금융 입장에서는 또다시 계열사 노사 문제를 풀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보험업권에 따르면 지난 18일 KB손보 노동노합은 조합원을 대상으로 한 2018년 임단협 쟁의행위 찬반투표 재투표에서 91.17%(2064명)의 찬성표를 얻었다. 전체 조합원 2502명 중 90.49%인 2264명이 투표했으며, KB손보 노조는 파업을 포함한 쟁의행위가 가능해졌다. 업계는 오는 5월 15일쯤 KB손보 노조가 파업을 단행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KB손보 노조는 지난 2일 조합원 총회에서 쟁위행위 첫 찬반투표를 실시한 바 있다. 찬성률 88.09%로 큰 문제가 없는 듯했지만 파업찬반 투표의 공고시간과 진행시간이 맞지 않아 사측이 악용할 소지가 있다는 지적 때문에 재투표를 실시했다.  

이처럼 보험업계에서 강성노조로 통하는 KB손보 노조가 뿔이난 까닭은 크게 두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일단 2018년 임단협이 체결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노조는 임금 5% 인상과 성과급 지급을 요구했지만, 사측에서는 1% 임금인상, 호봉제 폐지를 내세우며 맞서고 있다.

KB금융에 매각(LIG손보에서 KB손보로 사명 변경)될 당시 약속받은 5년간 고용보장에도 금이 갔다. 사측이 임단협에서 노조에 희망퇴직을 제시하며 구조조정을 예고했기 때문이다. 

임단협 협상 불발과 총파업이라는 표면적 갈등이 불거지는 가운데 노사 간 신경전도 치열해지고 있다. 

지난 22일 KB손보 노조가 KB손보 강남 본사 정면과 측면에 사측을 규탄하는 현수막을 2개 내걸었지만, 사측이 예고 없이 철거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날 KB손보 노조 전국 집행위원 40여명은 대전에서 임단협 대응 모집을 가질 예정이었지만 현수막 철거소식에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본사로 집결했다는 후문이다. 이후 양종희 KB손보 사장을 항의 방문하려 했지만 양 사장이 소식을 듣고 자리를 피해 성사되지 못했다고도 전해진다. 이에 노조는 지난 23일 화요일 오전 본사 로비에서 출근하는 양 사장을 상대로 피켓 시위를 벌였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피켓 시위 당시 노조의 강한 반발에 양 사장이 인사성 아이 컨택을 하며 현수막의 일방적 철거를 사과했다. 다시 현수막을 걸어도 된다고도 허락했다"며 "하지만 그런 양 사장에게 KB손보 노조위원장이 앞으로 관계에 대한 경고성 멘트를 했다는 이야기가 들린다"고 밝혔다. 

KB손보가 임금피크제 대상자들을 발령낸 것도 문제가 되고 있다. 

KB손보는 지난 14일 임금피크제 대상인 1961~1964년생을 원격지로 발령낸 것으로 알려졌다. 원격지 발령이란 서울에서 경기도, 전남에서 경남 등 먼 지역으로 발령을 내는 방식이며, 금융권에서는 변칙 구조조정 방법으로 지목된다.  

업계 관계자는 "임피 대상자들 일부가 영업현장 고객응대 창구에 배치됐다. 무언의 퇴직을 강요당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고용보장을 약속한 KB금융이 KB손보 사측의 이런 방식을 알고 있는지 궁금하다. 인수 당시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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