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강세이 편집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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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데일리=염희선 기자> 매년 해외여행과 해외직구 규모가 증가하면서 신용카드 해외결제도 늘고 있다. 이 가운데 최근 5년간 해외 신용카드 서비스에서 국민이 이중으로 낸 수수료가 최대 8000억원을 넘어선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고영진 의원(서율 노원갑)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해외원화결제서비스 이용현황'을 분석한 결과, 최근 5년간 신용카드 원화결제액(11조원)에 대한 원화결제 수수료율을 최대 8%로 가정했을 때 8139억원가량의 수수료를 불필요하게 부담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원화결제서비스(Dynamic Conversion Currency, DCC)란 해외가맹점이 해외 DCC 전문업체와 별도의 계약을 통해 원화(자국통화)로 결제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다. 금액을 원화로 쉽게 알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실제 물품·서비스 가격과 별도로 결제금액의 약 3~8%의 원화결제 수수료가 추가로 부과된다. 

DCC 수수료는 해외가맹점, 해외카드사, DCC전문업체 3자 계약에 따라 분배되며, 아시아지역이 유럽이나 기타 지역보다 수수료율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예를 들어 해외직구로 미국에서 파는 100달러짜리 물건을 현지 통화(1달러=1100원 가정)로 구매하면 비자나 마스터카드의 브랜드수수료(1%)와 국내카드사 해외이용수수료(0.18~0.35%)로 최대 1만4850원)을 추가로 내면 된다. 

하지만 원화결제서비스를 이용하면, 해외 DCC 수수료(3~8%)가 추가돼 최대 8만8000원을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 

비자, 마스터 등 국제카드회사는 해외에서 원화로 결제하더라도 결제금액을 다시 달러로 환산해 국내 카드사에 청구하며, 국내 카드사는 이를 다시 원화로 환전하기 때문에 불필요하게 원화 환전을 두 번이나 하고 있는 셈이다. 일각에서는 이를 합법적인 신용카드 사기라고 부를 정도다. 

전체 신용카드 해외결제 금액 중 원화결제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4년 10%에서 지난해 21%로 2배 넘게 증가했다. 결제된 금액으로 보면 2014년 1조862억원에서 지난해 3조3354억원으로 3배 이상 급장했다. 지난해에만 원화결제로 최대 2471억원의 수수료 폭탄을 맞은 셈이다. 

최근 해외여행과 해외직구 증가로 신용카드 해외 사용이 늘어나는 추세인데,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원화결제 수수료를 추가로 지불해 해외 신용카드 수수료 부담이 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불합리한 수수료 부담을 방지하기 위해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7월부터 해외카드결제 관련 원화결제서비스 사전차단 시스템을 구축해 운영 중이지만, 아직 초기 단계라 신청한 비율이 전체 해외결제 가능 카드 중 1.2%에 그치고 있다.

고용진 의원은 “이 문제는 소비자가 모르는 사이 원하지도 않는 서비스 수수료를 부담한다는 점이다”며 “해외원화결제가 기본 설정으로 자동 차단되게 한 다음, 원화결제 서비스가 필요한 경우에 간편하게 원화결제로 변경하게 하거나, 카드를 발급할 때 원화결제의 추가수수료 부담을 소비자에게 고지하고 소비자가 원화결제 서비스를 선택하는 방식을 도입해 소비자 피해를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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