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 강세이 편집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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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데일리=이봄 기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과 유가전쟁의 영향으로 국제 유가가 급락하면서, 유가가 오르면 수익을 내는 ‘레버리지 원유 상장지수채권(ETN)’이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한국거래소는 원유선물ETN의 가격과 실제 유가지표 간 괴리율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확대될 경우 매매거래 정지를 시행하겠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괴리율은 오히려 95%까지 폭등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증권사 4곳(삼성·NH·미래에셋·신한금융투자)의 레버리지 원유 ETN 상품의 월간 개인 순매수금액은 38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1월(278억원)보다 3522억원(1266.9%) 늘어난 수치다.

ETN은 주식, 채권, 원자재 등 기초지수 수익률과 연동되도록 증권회사가 발행하는 파생결합증권이다. 그 중에서도 레버리지 원유 ETN은 기초자산 변동 폭의 2~3배수를 추적해 국제유가가 오를 때 수익을 낸다.

레버리지 원유 ETN 투자는 국제 유가가 바닥을 찍으면서 급증하기 시작했다.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지난해 12월까지만 해도 배럴당 61.1달러에 거래되다가 지난 1월 51.6달러, 지난 2월 44.8달러로 떨어진데 이어 지난 3월에는 20.5달러로 반토막 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원유 수요가 줄어든 데다,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가 유가전쟁을 벌인 탓에 폭락을 면치 못한 것이다. 반면 WTI 급락으로 유가 상승에 배팅한 투자자들이 늘었으며 유가연계 상품인 레버리지 원유 ETN 투자 역시 확대됐다.

레버리지 원유 ETN 투자 급증은 괴리율 확대로 이어졌다. 지난 7일 기준 주요 레버리지 WTI원유 ETN 괴리율은 23.3%에서 장중 86.2%까지 치솟았다. 괴리율은 시장가격과 지표가치의 차이를 비율로 표시한 투자위험 지표로, 괴리율이 양수인 경우 시장가격이 과대평가됐다는 것을 나타낸다.

증권사들은 괴리율이 커지면 유동성공급자(LP)로 나서 ETN가격과 실제 원유선물 지표가격을 일치시키기 위해 인위적으로 유동성을 공급해 가격을 조정한다. 그러나 지난달 중 LP의 보유물량이 모두 소진돼 레버리지 원유 ETN의 시장가격 상승과 괴리율 폭등을 막을 수 없게 됐다.

이에 한국거래소는 지난 7일 ETN의 괴리율이 5매매거래일간 연속해 30% 이상을 초과할 경우 매매거래정지 조치를 시행하겠다고 밝히며 투자 경고에 나섰지만 이마저도 효과는 없었다.

한국거래소가 매매정지 조치 시행을 발표한 다음날인 지난 8일 QV 레버리지 WTI원유선물 ETN(H)의 지난 8일 종가는 2150원으로 지표가치(1239.93원) 대비 괴리율은 73.40%로 오히려 지난달 31일(42.7%)보다 확대됐다. 신한 레버리지 WTI원유선물 ETN, 삼성 레버리지 WTI원유선물 ETN 역시 같은날 종가가 각각 2269원, 3190원으로 지표가치 대비 괴리율은 75.93%, 95.40%였다.

투자 열기가 식지 않자 금융감독원도 지난 9일 레버리지 WTI원유 선물 상장지수증권(ETN)에 대해 소비자 경보 ‘위험’ 등급을 발령했다. 금감원이 위험 경보가 발령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괴리율이 크게 확대된 상황에서 레버리지 ETN에 투자하면 기초자산인 원유가격이 상승하더라도 기대수익을 실현할 수 없고 오히려 시장가격이 지표가치에 수렴해 정상화되는 경우에는 큰 투자손실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며 “ETN 상환 시 시장가격이 아닌 지표가치를 기준으로 상환되므로 지표가치보다 높게 매수한 투자자는 상환손실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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