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보험설계사를 시작했다는 지인들의 연락이 온다. 좋은 보험이 있다며 가입해 달라는데 정말인지 모르겠다. 받는 월급은 뻔한데, 관계 때문에 가입했다가 나중에 후회하면 어떡하나 하는 생각도 든다. 나의 '재무설계'에 도움이 되는 보험인지 알아보고 싶다. 그런데 시간이 없다. [편집자 주]

<대한데일리=임성민 기자> 올해 2월 기준 국내 자동차 등록 대수는 2368만대로 집계됐다. 국민 2명 중 1명에 육박하는 비율로 차량을 보유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렇게 많은 차량이 도로 위를 달리면서 교통사고도 매년 20만건 이상 발생한다. 이처럼 많은 교통사고가 발생하지만 어떤 사고에 대해 일방적인 과실이 매겨지는지 아는 운전자는 얼마나 있을까.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5월 개정된 자동차사고 과실비율 내용을 공개했다. 자동차사고 과실비율 100:0은 새로 신설되거나 변경돼 총 33개의 사고 사례에 적용됐다.

교차로 1차선에서 A차량이 좌회전을 하려는 중 B차량이 중앙선을 침범하며 추월하면서 발생한 사고는 기존 80:20의 과실에서 100:0과실로 변경됐다. B차량이 무리하게 추월하려 중앙선을 침범해 주행하다 사고가 발생한 것이란 이유에서다. 참고판례는 서울중앙지방법원 2016.10.21. 선고 2016나36026 판결이 있다.

중앙선이 실선인 직선도로에서 직진하던 A차량이 좌회전 하는 B차량과 충격한 사고가 발생하면 마찬가지로 100:0 과실이 적용된다. 기존에는 중앙선이 점선이었기 때문에 10:90 과실이었지만 실제 사고는 실선인 곳에서 더 많이 발생하고, 원칙적으로 넘어가면 안 되는 선이기 때문이다. 참고 판결은 대법원 2001.2.9. 선고 2000다58606 판결이 있다.

중앙선이 점선인 경우, 정상 주행하는 A차량을 뒤따라오던 B차량이 근접거리에서 진입, 회전 등을 위해 추월하다 사고가 발생해도 100:0 과실이다. 기존에는 A차량이 추월 양보를 위해 우측 서행하는 것을 전제로 했으나 무리한 추월을 근거로 삼았다. 관련 판례는 대법원 1987.7.7. 선고 86도2597 판결을 볼 수 있다.

편도 2차선 이상인 도로에서 실선 차로를 주행중인 A차량을 B차량이 추월하는 과정에서 사고가 발생하면 100:0 과실이 적용된다. A차량은 전방주시의무가 있다. 하지만 실선은 차로 변경이 금지된 장소이고, 실선에서의 추월은 급차로변경과 유사해 직진 차량이 예측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참조판결은 서울중앙지방법원 2017.11.30. 선고 2017나53271 판결에서 볼 수 있다.

1차선 좌회전 전용 차로에서 대기중인 A차량과 2차선 직진 차로를 주행하던 B차량의 사고. A차량이 직진 주행을 선택해 2차선으로 급 진로변경 하다 B차량의 측면을 충격한 사고가 발생해도 100:0 과실이다. A차량의 정체 중 차로변경은 B차량이 예측하기 어렵고, A차량의 주행속도가 B차량보다 현격히 느려 충돌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 적용됐다. 관련 법규는 도로교통법 제19조(안전거리 확보 등) 제3항에서 볼 수 있다.

안전지대가 있는 직선도로에서 안전지대를 통과해 1차로를 후행 주행하던 A차량과 안전지대가 종료돼 1차로로 선행 진로변경 하는 B차량간 사고가 발생했다. A차량이 안전지대를 벗어나기 전 사고가 났다면 100:0, 안전지대를 벗어난 후 사고가 났다면 70:30 과실이 적용된다. 통행이 금지된 안전지대를 A차량이 주행한 과실이 중대하다는 이유에서다. 참조판결문은 대법원 1996.1.26. 선고 95다44153 판결을 통해 볼 수 있다.

교차로에서 직진하는 A차량과 유턴하는 B차량간 발생한 충격 사고. 이 경우 상시 유턴구역이면 20:80, 신호에 따라 B차량이 유턴했다면 100:0 과실이 매겨진다. 상시유턴구역에서는 진로변경의 반경이 더 큰 유턴차량의 주의의무가 크며, 신호에 따른 유턴에서는 직진차량이 신호위반의 중대한 과실이 있다는 점을 감안했다. 참조판결문은 ‘대법원 2005.6.10. 선고 2004다29934’, ‘서울북부지방법원 2017.9.26. 선고 2017다31065’를 통해 볼 수 있다.

교차로 유턴 차로에서 대기 중인 A차량이 먼저 유턴하고, 후행 B차량이 급 유턴을 하다가 사고가 났어도 B차량에 100% 과실이 책정된다. 이는 A차량 입장에서 B차량의 주행이 회피하기 어려운 급 진로변경에 해당한다는 점을 감안한 것이다.

대부분의 운전자들은 교통사고 100:0 과실이 없다고 알고 있다. 보험사의 일명 ‘과실 비율 나눠먹기’에 따른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하지만 미세한 차이에 따라 100:0 과실 사고가 될 수 있다. 33가지 100:0 과실 사례를 익혀 억울한 경험은 피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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