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데일리=이봄 기자> 금융당국과 한국거래소의 연이은 경고 조치에 ‘레버리지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상장지수채권(ETN)’ 괴리율이 반토막 났다. 그러나 WTI원유 ETN 괴리율은 여전히 40%를 웃돌고 있어, 오늘(14일) 마감 시까지 30% 아래로 내려오지 못하면 해당 종목은 하루 동안 거래가 정지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증권사 4곳(삼성·NH·미래에셋·신한금융투자)의 레버리지 WTI원유 ETN의 괴리율은 모두 전 거래일 대비 하락했다.

지난 8일 괴리율이 95.4%에 달했던 ‘삼성 레버리지 WTI원유 선물 ETN’은 지난 9일과 10일 각각 87.46%, 82.6%로 떨어진데 이어 지난 13일 47.65%를 기록해 최고치 대비 반토막이 났다.

신한 레버리지 WTI원유 선물 ETN 역시 지난 8일 괴리율이 75.93%까지 치솟았지만, 연일 하락세를 보이다 지난 13일 40.10%로 낮아졌다. 한때 괴리율이 73.4%를 기록했던 QV 레버리지 WTI원유 선물 ETN도 지난 9일 50%대로 낮아진 후 지난 13일 47.65%까지 떨어졌다.

미래에셋 레버리지 원유선물혼합 ETN은 과열 종목 중 유일하게 괴리율이 30%대로 들어섰다. 지난 13일 기준 미래에셋 레버리지 원유선물혼합 ETN의 괴리율은 37.15%다.

괴리율은 시장가격과 지표가치의 차이를 비율로 표시한 투자위험 지표로, 괴리율이 양수인 경우 시장가격이 과대평가됐다는 것을 나타낸다. 레버리지 WTI원유 ETN 괴리율의 경우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과 유가전쟁의 여파로 WTI 가격이 연일 급락하면서 확대됐다. 국제 유가 급락으로 레버리지 WTI원유 ETN에 투자한 개인투자자들은 급증한 반면, 인위적인 가격 조정에 나서는 유동성공급자(LP)들의 보유물량은 모두 소진돼 괴리율 폭등을 막지 못한 탓이다.

연일 최고치를 찍던 원유 ETN 괴리율이 반전된 데는 지난 13일부터 적용한 단일가매매 방식이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한국거래소는 지난 7일 ETN의 괴리율이 5매매거래일간 연속해 30% 이상을 초과할 경우 매매거래정지 조치를 시행하겠다고 밝혔으며, 금융감독원도 지난 9일 레버리지 WTI원유 선물 상장지수증권(ETN)에 대해 소비자 경보 ‘위험’ 등급을 발령했다.

연이은 경고조치에도 투자 열기가 식지 않자 한국거래소는 지난 13일부터 WTI 선물 ETN 4종의 매매체결방식을 접속매매에서 단일가매매로 전환했다. 또한 매매거래 정지를 거친 후에도 괴리율이 떨어지지 않는다면 LP가 유동성 공급을 위한 물량을 확보하는 것이 확실하다고 판단될 때까지 매매거래정지 기간을 연장하기로 했다.

다만 괴리율 급락에도 매매정지 거래 조치 시행의 가능성은 남아있다. WTI 선물 ETN 4종이 모두 4거래일 연속 괴리율 30% 이상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오늘 장 마감 시까지 괴리율이 30% 아래로 하락하지 않은 WTI 선물 ETN은 오는 15일 하루 동안 거래가 정지된다. 1일 매매거래 정지를 거친 후에도 괴리율이 떨어지지 않는다면 매매거래정지 기간은 더 늘어난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지난 3월 초부터 WTI원유선물가격 급락에 따라 관련 ETN의 이론적 가치인 지표가치가 크게 하락했음에도 불구하고, 시장가격은 지표가치보다 비정상적으로 높은 수준에서 형성돼 대규모 손실위험 증대되고 있다”며 “지표가치보다 시장가격이 최대 80% 높게 형성된 종목을 현재 시장가격에 매수할 경우, 시장가격이 지표가치로 급격히 수렴하는 과정에서 괴리율만큼의 투자손실이 발생하며 대하는 투자수익을 얻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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