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데일리=이봄 기자> 유가 상승에 베팅하는 ‘레버리지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상장지수증권(ETN)’ 투자열기가 식지 않고 있다. 한국거래소는 괴리율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확대된 원유 ETN에 매매거래정지 조치를 내렸지만, 일부 종목은 거래 재개 이후에도 괴리율이 완화되지 않아 또 다시 거래중단에 들어갔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20일) 주식시장에서 ‘삼성 레버리지 WTI원유 선물 ETN’, ‘신한 레버리지 WTI원유 선물 ETN(H)’, ‘QV 레버리지 WTI원유 선물 ETN(H)’ 3종목의 거래가 정지됐다. 괴리율이 5거래일 연속 30%를 넘긴데 따른 조치다. 세 종목의 괴리율은 지난 17일 종가 기준 각각 77.68%, 59.91%, 39.92%로 집계됐다. 괴리율은 시장가격과 지표가치의 차이를 비율로 표시한 투자위험 지표다. 괴리율이 높을수록 본래 가치보다 높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는 뜻이다.

이번 거래정지 조치는 한국거래소가 괴리율 정상화가 가능하다고 인정하는 날까지 지속된다. 원유 ETN이 거래정지에 들어간 것은 이달 들어 두 번째다. 원유 ETN 세 종목은 모두 지난 8일부터 지난 14일까지 5일간 괴리율 30%를 넘겨 지난 16일 하루 동안 매매거래가 정지된 바 있다.

원유 ETN 괴리율은 국제 유가 급락에 따라 유가 상승에 베팅한 개인투자자들은 급증한 반면, 인위적인 가격 조정에 나서는 유동성공급자(LP)들의 보유물량이 모두 소진되면서 폭등했다. 이에 한국거래소는 5매매거래일 연속 괴리율 30%를 넘긴 ETN을 대상으로 매매거래정지 조치에 나섰으며, 괴리율이 큰 ETN 매매방법을 기존 접속매매에서 단일가매매로 전환한 바 있다.

증권업계는 향후 발행사들이 ETN 추가 상장을 완료하면 괴리율이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발행사들의 LP 보유물량이 떨어져 개인투자자들의 수급에 의해 ETN 가격이 결정되고 있는 만큼, 발행사들이 추가 상장을 통해 확보한 물량으로 유동성 공급에 나서면 원유 ETN 가격은 적정가격인 실시간지표가치(IIV) 수준으로 낮아지게 된다.

일부 발행사들은 ETN 추가 상장을 계획하고 있다. 

신한금융투자의 경우 지난 17일 신한 레버리지 WTI원유 선물 ETN 2억주 추가상장예비심사 신청서를 한국거래소에 제출했다. 상장일은 오는 21일이다. NH투자증권도 지난 17일 QV 레버리지 WTI원유 선물 ETN(H) 200만주를 추가 발행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발행사들이 LP 보유물량을 확보해 유동성 공급에 나서면 과열된 ETN 가격은 적정 수준으로 낮아질 것”이라며 “이 경우 괴리율이 높았던 종목을 매수한 투자자들은 시장가격이 지표가치로 급격히 수렴하는 과정에서 괴리율 만큼의 투자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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