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데일리=임성민 기자> 지난해 생명보험업계 RBC(지급여력)비율이 1년 전과 비교해 증가하며 300%대를 앞두고 있다. 반면 손해보험업계는 소폭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의하면 생보업계 23개사 평균 RBC비율은 지난해 285.32%로 전년 동기(271.62%) 대비 5.04%포인트 올랐다.

RBC비율은 가용자본을 요구자본으로 나눈 값으로, 보험사의 재무건전성을 측정하는 지표다. 가용자본은 보험사의 각종 리스크로 인한 손실금액을 보전할 수 있는 자본량, 요구자본은 보험사에 내재된 각종 리스크가 현실화될 경우 손실금액을 말한다.

보험업법에서는 보험사의 RBC를 100% 이상으로 요구하고 있으나 금융감독원은 150% 이상 유지를 권고하고 있다.

회사별로 보면 국내사 4개사, 외국계 4개사만이 300%를 넘는 RBC비율로 건실한 모습을 보였다. 푸르덴셜생명이 424.32%로 가장 높았고, 오렌지라이프(393.91%), BNP파리바카디프생명(365.66%), 처브라이프생명(344.05%), 삼성생명(339.58%), 교보생명(338.89%), 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305.31%)이 뒤를 이었다.

대부분의 생보사들이 200%대의 RBC를 유지하는 가운데, 농협생명(192.45%)과 흥국생명(186.23%), DB생명(176.17%)과 DGB생명(169.13%)이 유일하게 200% 이하였다.

생보업계의 RBC비율 개선세는 2023년 도입 예정된 IFRS(국제회계기준)17에 선제적으로 대비하면서 상승한 것으로 풀이된다.

IFRS17은 현행 부채를 원가평가 하는 회계기준을 시가로 평가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금융당국도 IFRS17 도입에 맞춰 새 회계기준을 평가하는 K-ICS(신지급여력제도)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이는 2000년대 초반 고금리 확정형 상품을 판매한 생보사의 부채가 급증하고, RBC가 하락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재 금융당국이 평가 기준을 완화하는 내용의 K-ICS 3.0%을 마련하고 있지만, 앞서 내놓은 초안을 적용하면 일부 보험사는 폐업 수순을 밝을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생보업계는 IFRS17이 적용돼도 금융당국이 권고하는 수준보다 웃도는 RBC를 유지하기 위해 2017년 IFRS17 기준서가 발행된 이후 신종자본증권 및 후순위채를 발행해 수 조원의 자본을 확충했다.

반면 손보업계 RBC비율은 같은 기간 232.07%에서 230.72%로 1.35%포인트 하락했다.

업계 1위 삼성화재는 RBC비율이 309.76%로 전년 동기(333.8%) 대비 24.04%포인트 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BNP파리바카디프손보(367.49%)와 유일하게 300%대를 유지했다.

이 외에 DB손보(223.78%), 악사손보(222.31%), 코리안리(217.76%), 현대해상(213.62%), 농협손보(212.13%), 메리츠화재(202.9%) 등이 200%대를 유지했고, KB손보(188.46%), 흥국화재(184.68%), 롯데손보(183.73%), 한화손보(180.99%), 더케이손보(127.67%), MG손보(117.06%)로 100%대를 기록했다.

손보업계는 RBC비율 하락 원인을 금리 하락으로 꼽았다. 지난해 기준금리가 내려가면서 요구자본이 커져 금리 리스크가 확대됐다는 이유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사 RBC비율은 금리 영향을 크게 받는데, 일반적으로는 금리가 떨어지면 RBC비율도 하락한다”며 “다만 RBC비율이 상승하는 경우는 채권평가이익이 늘어나는 경우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생보사는 특히 손보사보다 자본확충에 집중하면서 RBC비율 개선이 됐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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