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보험설계사를 시작했다는 지인들의 연락이 온다. 좋은 보험이 있다며 가입해 달라는데 정말인지 모르겠다. 받는 월급은 뻔한데, 관계 때문에 가입했다가 나중에 후회하면 어떡하나 하는 생각도 든다. 나의 '재무설계'에 도움이 되는 보험인지 알아보고 싶다. 그런데 시간이 없다. [편집자 주]

<대한데일리=임성민 기자> 우리나라 보험설계사 수는 약 40만명이다. 국민 5178만명에 빗대어 보면 주변의 약 129명당 1명이 보험설계사란 뜻이기도 하다.

국내에서 이뤄지는 보험영업은 대부분 지인 영업을 초기 관례처럼 여긴다. 설계사 등록을 하면 지인 명단을 작성하고 이들을 친밀도에 따라 구분한다. 가까운 지인부터 공략하고, 미래의 내 고객으로 만들기 위해서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보험설계사, 이들의 영업 방식은 대부분 지인의 보험 가입 니즈를 끌어올리는 형태이다. 나쁜 보험상품은 없지만 정말 나에게 적합한 보험을 가입시켰는지 살펴볼 필요는 있다.

우선 설계사가 처음부터 종신보험을 권유한다면 경계할 필요가 있다. 특히 20대 사회초년생은 더욱 경계해야 한다.

종신보험의 존재 이유는 사망을 보장하기 위해서다. 즉 피보험자(보험금 지급 대상)가 사망한 후 보험금이 나와 남겨진 유가족을 돌보기 위한 목적으로 설계된 상품인데, 유가족이 없거나 혼자만의 삶을 사는 사람에게는 부적절할 수 있다.

종신보험의 높은 해지환급금과 중도인출·추가납입·유니버셜 등 다양한 기능들이 탑재돼 있지만 가입하고자 하는 의지가 뚜렷하지 않다면 가입하지 않는 게 좋다.

만약 무리한 금액으로 종신보험을 가입했다면 감액하는 방법도 있다. 가입 당시 설계사의 화려한 언변에 넘어가 가입했는데, 부담이 된다면 가입한 상품이 감액 가능한 상품인지 알아볼 필요가 있다. 감액은 보험료를 줄이는 대신 보험금도 비례해 축소되는 것을 의미한다. 단, 감액을 하기 위해서는 조건이 있으니 조건 충족 여부도 확인해야 한다.

가까운 지인을 통해 보험을 가입하면 빠르게 가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상품에 대한 설명을 제대로 듣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한 사례를 보면 계약자 A씨는 지인 설계사 B씨를 통해 2017년 생명보험사 치아보험을 가입했다. 가입 당시 A씨는 유치에 대한 보장 문의를 했고, B씨는 유치 보장이 가능하다고 답했다. 2년 뒤 A씨는 유치 치료 후 보험금을 청구했으나, 보험사로부터 유치 보장이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다. B씨가 상품 설명을 제대로 하지 않은 탓이다. A씨는 결국 그동안 납입한 보험료 반환을 신청했고, 보험사로부터 전액 보험료를 반환받았다.

설계사 등록하고 1년간 정착 여부를 나타내는 ‘13월차 설계사등록정착률’을 보면 생명보험사는 평균 38.2%, 손해보험사는 52.7%에 그친다. 대부분 1년을 버티지 못하고 나간다는 의미다.

마침 보험을 가입하려는데 지인이 보험영업을 시작했다면, 편하게 가입할 수 있다. 하지만 보험영업을 갓 시작한 친구 혹은 가족이 보험을 권한다면 상품과 재무상태를 확인하고 가입하는 게 바람직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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