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강세이 편집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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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데일리=이봄 기자> 금융당국이 카드사,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에 전년 대비 강화된 가계대출 총량규제를 시행하려다 취소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라 2금융권이 중소기업·소상공인에 대출 원금상환 만기를 연장해주거나 이자상환을 유예해주는 등 지원에 나서고 있는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금융당국이 오히려 규제를 강화한다는 반발이 빗발쳤기 때문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금융당국은 2금융권에 올해 준수해야 할 가계대출 총량규제 지침을 발송했다.

금융당국은 2017년부터 카드사, 저축은행, 캐피탈사의 가계대출이 전년 대비 일정 수준 이상으로 늘어나지 못하도록 관리하고 있다. 지난해 저축은행의 경우 전년도 중금리대출 취급 실적에 따라 5~7%의 총량규제를 적용받았으며, 카드사도 전년 말 대비 7% 이상 대출을 늘리지 못했다.

금융당국이 지침을 내린 올해 가계대출 총량규제 수준은 전년보다 강화된 수준으로 알려졌다. 예를 들어 2018년도 중금리대출 취급 실적을 인정받아 지난해 총 5%의 대출 총량규제를 적용받던 금융사는 4%대로 규제가 강화돼 대출을 크게 늘릴 수 없는 식이다.

2금융권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금융당국의 지원요청에 따라 코로나19 확산으로 가계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소상공인에 금융지원을 강화했는데도 도리어 규제가 강화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카드사의 경우 코로나19로 피해를 입은 중소기업‧소상공인이 지난 3월 이전에 신청한 장기카드대출(카드론), 신용‧담보‧보증부 대출, 외화대출, 할부금융, 리스의 원금상환을 최소 6개월 이상 연장해줬으며, 이자상환도 유예해줬다. 저축은행도 오는 9월 30일까지 상환기한이 도래하는 개인사업자를 포함한 중소기업대출을 받은 중소기업‧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원금상환 만기 연장 및 이자상환 유예를 실시하고 있다.

2금융권의 반발이 거세지자 금융당국은 결국 가계대출 총량규제 시행을 철회했다.

2금융권 관계자는 “지난달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증가율을 강화해 적용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공문을 보내왔다”며 “코로나19 지원에 적극 나서고 있는 금융회사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금융당국은 총량규제 적용을 취소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가계대출 총량규제 적용이 당분간 유예됐을 뿐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코로나19 사태가 잠잠해진 후에 금융당국이 다시 가계대출 총량규제 지침을 내릴 가능성이 높아 섣불리 가계대출을 확대할 수 없다는 진단이다.

2금융권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코로나19가 잠잠해진 뒤에 언제든지 다시 가계대출 총량규제 수준을 발표할 수 있어 대출 총량을 급격하게 늘리기는 조심스럽다”며 “만약 총량규제가 뒤늦게 발표된다면 예수금 확보를 위해 연말에 특판이 넘쳐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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