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데일리=이봄 기자> 삼성자산운용이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선물 연계 상장지수펀드(ETF) 운용 방식을 투자자 사전 고지 없이 변경해 논란이 일고 있다. 삼성자산운용은 유가 하락 심화로 인한 투자자 손실을 막을 수 있는 최선의 조치였다는 입장이지만, 해당 ETF에 투자한 투자자들은 운용 방식 변경으로 피해를 봤다며 집단 소송을 예고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자산운용은 지난달 23일 ‘삼성KODEX WTI원유선물특별자산상장지수투자신탁〔원유-파생형〕(H)’ 상품의 포트폴리오 변경을 시행했다. 삼성KODEX원유선물은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거래되고 있는 WTI 선물 가격으로 산출되는 기초지수 추종을 목표로 하는 ETF다.

당초 해당 ETF의 자산은 WTI 원유선물 6월물 73%와 WTI관련 ETF 22%로 구성돼 있었다. 삼성자산운용은 지난 4월 23일 ETF 포트폴리오 자산 구성을 변경해 WTI 원유선물 6월물 34%, 7월물 19%, 8월물 19%, 9월물 9% ,WTI관련 ETF 15%로 구성을 바꿨다. WTI원유선물 가격이 증거금 이하로 하락하게 될 경우 반대매매 등을 통한 포지션 상실로 인해 해당 펀드가 ETF 성격을 상실할 위험을 회피하기 위해서다.

WTI원유선물 가격이 원유선물 계약에 필요한 증거금 이하로 하락하면, 펀드 내 보유현금을 다 동원해 증거금을 납부한 이후에도 부족분만큼 정산이 될 수밖에 없어 펀드 운용에 필요한 WTI원유선물 계약 수를 확보하지 못할 위험이 존재했다. 실제로 지난 23일 당시 뉴욕선물거래소(NYMEX)에서 부과하는 WTI원유선물 6월물에 대한 증거금은 1배럴당 9.35달러였으며, 현재까지 계속 상승해 1배럴당 11달러까지 인상됐다.

삼성자산운용 관계자는 “WTI원유선물 6월물 가격은 지난 22일 장중 1배럴당 6.5까지 기록했기 때문에 WTI원유선물 가격이 증거금보다 나게 형성될 가능성도 상당했다”며 “만일 WTI원유선물 6월물 가격이 장중 저점인 1배럴당 6.5 수준으로 하락해 정산될 경우 해당 펀드가 6.5달러 수준의 원유선물 1계약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당시 증거금 가격인 9.35달러를 납입해야 한다. 이 경우 증거금율이 143.8%로 치솟게 돼 보유현금 부족으로 증거금 납입이 불가능하므로 기존 보유 포지션의 30.5%가량을 정리해 정산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투자자들은 삼성자산운용이 펀드 포트폴리오 변경을 사전에 공시하지 않았다는 점을 문제 삼고 있다. ETF는 투자설명서에 공지한 내용대로 운용해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삼성자산운용이 펀드 약관 및 투자설명서 상 허용되지 않는 결정을 내렸다는 입장이다. 투자설명서에 따르면 이 펀드는 ‘S&P GSCI Crude Oil Index Excess Return를 기초지수로 해 1좌당 순자산가치의 변동률을 기초지수의 변동률과 유사하도록 투자신탁재산을 운용함’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이에 삼성자산운용은 해당 펀드 투자설명서에는 ‘이 투자신탁의 투자전략 및 위험관리는 작성 시점 현재의 시장상황을 감안하여 작성된 것으로 시장상황의 변동이나 당사 내부기준의 변경 또는 기타 사정에 의하여 변경될 수 있다’고 기재돼 있다고 반박했다.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1좌당 순자산가치의 변동률을 기초지수의 변동률과 유사하도록 운용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유가 급락과 같이 긴급하고 예외적인 시장상황의 변동이 있는 경우에는 집합투자업자로서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의무를 다하고 투자자 보호를 위해 기타 효율적인 방법을 통하여 운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삼성자산운용 관계자는 “이번 조치는 전적으로 본 펀드의 안정성 제고와 이를 통해 투자자의 자산인 펀드가 최악의 상황에 도래하는 경우를 방지하고자 취해진 조치”라며 “그 과정에서 삼성자산운용은 당사의 재무적 리스크 발생 방지와 같은 다른 목적이 일체 없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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