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강세이 편집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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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데일리=이봄 기자> 기업의 단기 자금조달 창구인 기업어음(CP) 금리가 안정세를 되찾고 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단기금융시장에 충격이 발생하면서 지난 4월 CP 금리는 2%까지 치솟았지만 금융당국 지원세에 힘입어 1%대로 돌아왔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A1 CP 91일물 금리는 지난 15일 1.95%에 장을 마감했다.

지난 3월 17일 CP금리는 1.36%에 불과했지만 지난 3월 26일 2%대에 진입한 데 이어 지난 4월 초에는 2.23%까지 치솟았다.

CP금리가 치솟은 이유는 코로나19 영향으로 글로벌 증시가 폭락하면서 국내 증권사들이 해외 주요 지수를 기초로 발행한 주가연계파생증권(ELS)에서 유동성 위험이 발생한 탓이다.

올해 2월 이후 코로나19가 전세계로 확산되면서 유로스탁스50, 니케이지수, S&P500 등 글로벌 지수는 최고점 대비 30% 이상 하락했으며, 이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ELS는 줄줄이 원금손실 가능 구간에 진입했다.

증권사들은 ELS 증거금을 추가로 납부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통상 해외 지수연계 ELS를 발행한 증권사는 위험회피를 위해 해외거래소에서 증거금을 내고 파생상품을 매수하는데, 기초자산으로 삼는 주가지수가 떨어지면 증거금 납부 요구(마진콜)가 발생한다.

증권사들은 증거금 마련을 위해 CP 매각에 나섰다. 보유하고 있던 CP를 팔아 환시장에서 달러를 조달해오는 방식으로, 단기자금이 필요한 기업들이 높은 금리를 부르면서 CP금리는 2%대를 돌파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최근 코로나19 여파로 단기금융시장에 충격이 발생하면서 증권사가 유동성을 공여한 ABCP 등에서 차환위험이 부각됐다”며 “지난 3월에는 분기 말 자금수요, 증권사의 ELS 자산 마진콜 자금 수요로 인해 CP금리가 급등했고, 일부 증권사가 매입약정한 ABCP 차환 발생분의 시장 매각이 원활하지 않은 현상이 발생하면서 단기자금 시장 불안의 주요 요인으로 대두됐다”고 말했다.

한 달여 만에 CP금리가 1%대로 안정세를 되찾은 데는 금융당국의 안정화 대책이 영향을 줬다.

앞서 한국은행은 유동성 공급을 돕기 위해 지난달 은행, 증권사, 보험사와 같은 금융기관이 보유하고 있는 회사채를 담보로 돈을 빌려주는 ‘금융안정특별대출제도’를 시행했다. 한은은 금융안정특별대출제도를 통해 이달 초부터 우량 회사채(신용등급 AA-이상) 담보로 은행, 증권사, 보험사에 최대 10조원을 대출에 나선 바 있다.

또한 최근 글로벌 증시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어 시장의 유동성 사정이 개선된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지수가 대폭 하락했던 1분기보다는 유동성 위기가 완화됐다”며 “한은의 무제한 RP 매입으로 12조원이 넘는 유동성이 시중에 풀린 영향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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