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가 휘청일 때마다 몸값이 올라가는 녀석이 있다. 바로 미국 달러다. 그리고 이 달러 환율에 투자하는 것을 달러 투자라고 한다. 환투자는 우리나라보다 일찍 저금리·저성장을 겪은 일본에서 시작된 현상인데, 자산가들 사이에서는 안전자산 보유 목적으로 포트폴리오에 달러를 일정 비율 편입하는 게 불문율로 여겨진다.

달러투자의 기본은 3가지다. 첫 번째, 달러가 저렴할 때 사뒀다가 환율이 오를 때 팔아서 환차익을 내는 것. 두 번째, 글로벌 위기에 대비해서 안전자산인 달러를 장기 보유하는 것. 세 번째는 유학, 사업, 여행 등에 필요한 달러를 저렴할 때 미리 사 놓는 것. 어떤 방식이 됐든 달러통장은 필요하다.

달러통장이란
달러통장은 말 그대로 달러를 저축하는 예금통장을 말한다. ‘달러통장’이라는 이름이 별도로 있는 것은 아니고, 보통 하나의 외화예금 통장을 개설하면 달러도 넣고, 엔화도 넣고, 유로화도 넣을 수 있다. 원화로 입금하면 달러로 환전 돼서 자동 입금되고 여행에서 쓰고 남은 달러를 직접 입금할 수도 있다. 출금할 땐 원화 또는 달러로 찾을 수 있다.

원화를 예·적금이나 수시입출금 보통예금에 넣듯이, 달러도 예·적금, 보통예금 중에서 선택할 수 있다. 달러 환차익이 목적이라면 보통예금을 만든다. 환율 상황에 따라서 실시간으로 달러를 넣고 빼기 위해서다. 달러 현찰을 직접 입금할 때도 마찬가지다. 반면, 달러 장기 보유가 목적이라면 보통예금보다 금리가 좀 더 높은 예·적금 통장을 활용한다.

달러통장 장단점
달러통장은 운용구조가 간단해 초보자들이 가장 접근하기 쉬운 외화투자상품이다. 원화를 입금하면 달러로 환전 돼 통장에 들어가므로 달러 환율의 상승 하락만 신경 쓰면 된다. 수수료도 다른 외화에 비해 가장 저렴하고, 1달러 소액으로도 투자할 수 있다.

기본금리에 환차익은 덤이다. 보통 원화로 가입하는 예·적금은 기본금리만 주는데 반해, 달러통장은 환율이 오를 땐 기본금리와 환차익을 함께 얻을 수 있다. 그리고 이 환차익은 세금이 없다. 달러통장의 기본금리는 외화 정기예금 1년 만기 기준으로 연 1.5% 정도다.

예를 들어, 원화 100만원을 투자해 1000달러를 샀다. 환율이 올라 이제는 원화 130만원을 줘야 1000달러를 살 수 있다. 원화 기준으로 가치가 30만원어치 오른 것이다. 투자자는 환차익 30만원을 얻게 되고, 이 30만원에 대해서는 세금을 떼지 않는다. 단, 1000달러에 대한 기본이자 1.5%에 대해서는 15.4% 이자소득세를 낸다. 환율 상승으로 인해 차익을 본 금액에 대해서만 세금이 면제된다.

또한 달러통장은 5000만원까지 예금자보호가 되고, 연 수익 2000만원 이상일 때 부과되는 금융소득종합과세도 물리지 않는다.  

반면, 달러 환율이 떨어지면 환차손이 발생할 수 있다. 예금자보호가 5000만원까지 되긴 하지만 환율 하락에 따른 손실까지 보장해주진 않는다. 처음 입금한 달러표시 금액에 대해서만 보장한다.

달러통장의 수수료
달러통장은 이자소득세(15.4%)가 전부인 일반 예·적금과 달리 환율수수료와 현찰수수료 등 내야 할 수수료가 몇 가지 있다. 원화를 달러로 환전해서 입금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환전수수료가 든다(달러로 입금하면 발생하지 않는다).

여기에 ‘현찰수수료’가 추가로 붙는다. 현찰 거래가 발생할 때, 실물 지폐가 왔다 갔다 할 때 내는 수수료를 말한다. 은행이 달러를 보유하기 위해 지출하는 여러 제반비용을 투자자에게 수수료 형태로 부과하는 것이다.

수수료를 아예 피하긴 어렵지만 수수료가 가장 저렴한 케이스는 있다. 먼저, 주거래은행에서 환전 우대 90%를 받아 원화를 달러로 바꾸고, 이 달러 그대로 외화예금에 입금, 입금시점보다 최소 7일이 지난 이후에 달러로 인출한다.

이 케이스가 환전수수료도 적게 들고 현찰수수료도 없다. 참고로, 모바일로 원화 계좌에서 달러 계좌로 이체할 때는 환전수수료만 들고 현찰수수료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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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화 정기예금과 외화 정기예금 수수료 비교
정기예금 수익: 기본금리 – 이자소득세 15.4%
외화예금 수익: (기본금리 - 이자소득세) + 환차익 – (환전수수료 or 현찰수수료) = 수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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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수수료가 붙다 보니, 달러 환율이 떨어지는 시기엔 1차로 환차손을 입고, 애초에 원화로 입금했던 돈을 달러로 찾으면 환율수수료와 현찰수수료까지 내야 해 수익이 제로이거나 마이너스가 될 수 있다. 수수료를 감안해 수익 계산을 해야 한다. 달러환율 기준으로 100원 이상 올라야 괜찮은 투자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 외에는 보유하는 데 목적을 두자. 경제위기가 오더라도 달러 가치는 오르면 올랐지 떨어지지 않으므로 미리 확보하는 목적으로, 혹은 해외여행, 유학, 사업에 필요한 달러을 조금씩 모으는 목적으로 활용하면 도움이 된다.

구채희 재테크 칼럼니스트
책을 읽고 글을 쓰며 돈 공부를 하는 재테크 크리에이터. 5년간 언론사 경제부 기자를 거쳐, 증권사에서 재테크 콘텐츠를 기획 및 제작했다. 현재 재테크 강사 및 유튜브 크리에이터로, KDI 칼럼니스트로 활동 중이며, 저서로는 <갓 결혼한 여자의 재테크>, <푼돈아 고마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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