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강세이 편집기자
그래픽=강세이 편집기자

<대한데일리=이봄 기자> 새로운 노후 자산운용 방식으로 타깃데이트펀드(TDF)가 떠오르고 있다.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4월 말 기준 국내 자산운용사 9곳이 운용하고 있는 73개 TDF 상품 총 설정액은 1조5782억원으로 전년 말보다 18.42% 증가했다. 

TDF는 생애주기별로 위험자산 비중을 자동 조정해주며 맞춤형 투자 포트폴리오를 제공하는 펀드상품이다. 상품명에 표시된 2020, 2030, 2040와 같은 예상 은퇴연도를 미리 설정해두면 자산배분곡선에 맞춰 주식과 채권 비중을 리밸런싱해준다. 은퇴연도까지 기간이 길게 남아 자산의 축적해야 하는 시기에는 위험자산의 비중을 높게 가져가고 은퇴시점이 다가올수록 채권펀드와 같은 안전자산의 비중을 높여가는 식이다. 

TDF는 가입한 뒤 납입하기만 하면 자동으로 자산이 배분돼 전문 지식이 부족한 일반투자자들도 손쉽게 자산관리를 진행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2016년 이후 TDF 성장세가 두드러지기 시작했다. 

2016년 700억원에 그쳤던 TDF 설정액은 이듬해 6777억원으로 9배 이상 급증했다. 2018년에도 1조3327억원을 기록하며 전년보다 두 배 가까이 늘었다.

국내 TDF 시장이 급성장한 데는 삼성자산운용의 공격적인 마케팅이 바탕이 됐다. 삼성자산운용이 2016년 4월 미국의 캐피탈그룹과 제휴를 맺고 TDF 상품을 5종을 출시하자, 다른 자산운용사들도 상품군을 확대하고 수수료를 낮추며 TDF 판매 경쟁에 가세했다. 

변동성이 큰 장세에서도 안정적인 수익률을 얻을 수 있다는 점도 TDF 인기 요인 중 하나다.
 
지난 4월 말 기준 국내에서 판매 중인 TDF의 최근 6개월 수익률은 6.76%를 기록했다. 시중은행의 6개월 정기예금 금리가 2%에 채 못 미친다는 점을 고려하면 3배 이상 높은 수익률이다. 투자기간을 1년 이상으로 넓혀 봐도 2년 기준 9.54%, 3년 기준 20.34%를 기록해 수익률 격차는 더 커진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TDF는 다양한 자산군에 분산투자, 생애주기별 적절한 비중의 위험자산 투자 등의 특징이 있어 전문지식이 부족한 일반투자자들도 쉽게 활용할 수 있다”며 “은퇴 준비를 시작하며 자산 리밸런싱에 어려움을 느끼는 투자자들이 늘어나면서 은퇴 주기에 따라 자동으로 자산을 조절해주는 금융상품에 대한 수요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자산운용업계는 앞으로도 TDF 시장이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금융당국이 TDF 출시와 시장 확대를 위해 연금자산의 100%를 TDF에 투자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정을 개정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퇴직연금은 TDF를 포함해 위험자산(주식 투자 비중 40%를 초과한 펀드)을 최대 70%까지만 투자할 수 있었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미국에서는 TDF와 같은 위험자산을 퇴직연금 포트폴리오에 적극 편입해 수익률을 올리는 투자자가 많다”며 “우리나라도 은퇴자산 증가의 영향으로 이를 관리하는 펀드가 운용시장의 중심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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