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7월 1일, 이베총리가 일본 후쿠시마현의 노인요양시성을 방문하고 있다. 사진은 총리관저 제공.
2017년 7월 1일, 이베총리가 일본 후쿠시마현의 노인요양시성을 방문하고 있다. 사진은 총리관저 제공.

<대한데일리=서태교 특파원> 아베 총리와 일본 정부가 선도하는 ‘인생 100세시대’.

하지만 정작 세계 최장수 국가의 국민인 일본인들은 불안에 떨고 있다. 특히 배우자가 없는 사람일수록 정도가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4대 생명보험 회사 ‘메이지 야스다 생명보험(明治安田生命保険)’ 산하의 싱크탱크인 메이지 야스다 생활복지연구소가 지난해 12월 발간한 ‘인생 100세 시대의 생활에 관한 의식과 실태’ 보고서에는 잘 알려지지 않는 ‘개호(介護, 간호 및 수발)와 치매’에 대한 일본인들의 진심이 담겨있다.

40~64세 남녀는 여성이 더 많는 개호를

보고서에 따르면 만 40~64세까지 남녀를 대상으로 ‘본인이 직접 개호를 해본 적이 있는 부모님의 수’를 물어본 결과, 1명 또는 2명 이상의 개호를 해본 적이 있는 남성이 43.5%에서 68.3%에 달했다. 여기서 개호란 목욕과 배설 등의 신체에 대한 보조를 가리킨다.

자세히 보면 △아이가 없는 기혼자(43.5%) △아이가 있는 기혼자(45.4%) △이별자(배우자와 이혼·사별, 57.9%) △미혼자(68.3%) 순으로 개호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도 이 순서는 같았지만 전체적으로 수치가 남성보다 높은 경향을 보였다. 특히 미혼 여성이 부모를 개호하는 비율이 71.3%에 달했다.

직업별로는 자영업·자유업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배우자가 있는 남성은 49.7%가, 여성은 67.2%가 개호 경험이 있었다. 이는 정규직이나 계약직보다 남성은 15%, 여성은 30%가량 높은 수치였다.

또한 배우자가 없을 경우(미혼자+이별자) 개호 경험자 비율은 남성 72.3%, 여성 78.0%에 달했다. 이중 여성의 25.4%가 부모 2명을 개호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의 개호 종사자 수는 턱없이 부족한 현실이다. 사진은 포토AC 제공.
일본의 개호 종사자 수는 턱없이 부족한 현실이다. 사진은 포토AC 제공.

치매에 대한 불안

초고령화 사회인 일본은 ‘치매대국’이기도 하다. 일본 내각부에서 해마다 발간하는 ‘고령사회백서’ 최신판(2018년)에 따르면 총 인구 1억2671만명 중 65세 이상 인구가 3515만명(27.7%)에 달한다.

일본 치매 인구는 2012년 기준 462만명으로 집계됐다. 이후 증가율을 감안할 때 일본의 현재 치매 인구는 600만명에 가깝다는 인식이 일반적이다.

인구의 약 5%가 치매 환자라는 통계는 한국의 추정 치매 환자 75만명(1.5%)보다 3배 이상 높은 수치다. 이런 현실을 감안해서인지 앞서 인용한 보고서에서도 치매에 대한 불안이 눈에 띈다.

‘자신이 치매에 걸리는데 대한 불안이 어느 정도 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40~64세의 남녀 50% 이상이 불안을 호소했다. 그 중에서도 특히 개호가 필요한 부모가 존재하는 남성이 69.0%가, 여성의 76.1%가 ‘매우 불안하다’ 혹은 ‘대체로 불안하다’를 선택했다.

또한 ‘자신이 치매에 걸렸을 경우 친척이나 가족 중에서 누가 개호해주는가?’라는 질문에는 ‘배우자’라는 대답이 가장 많았다. 특히 아이가 없는 기혼 남성의 72.5%가, 같은 조건의 기혼 여성의 64.2%가 배우자를 의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는 기혼자의 경우이며 미혼자·이별자 집단에서는 ‘아무도 없다’는 대답이 50%를 넘었다. 또한 ‘모른다’고 대답한 경우도 30%안팎으로 나타나, 개호에 대한 압도적인 불안이 나타난 셈이다.

마지막으로 ‘개호가 필요할 경우 어디서 받고 싶은가’라는 질문에는 ‘자택→개호노인복지시설(요양원)→개호서비스가 달린 고령자전용 주거시설’ 순으로 집계됐다.

남녀 모두 같은 순으로 나타났으나 남성이 여성보다 15%포인트 이상 자택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턱없이 부족한 노인 개호의 현실

일본 증권업계 2위인 ‘다이와증권(大和証券)’ 부속 싱크탱크 ‘다이와종합연구소’는 2016년 6월에 발간한 보고서에서 “2025년이 되면 일본의 개호시설은 개호가 필요한 인원의 38%밖에 감당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요미우리 신문은 올해 3월 12일 기사에서 “노인복지, 노인돌봄 서비스에서 2025년도까지 약 34만 명의 일손이 부족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련의 조사에서는 노년 생활을 앞둔 일본 시민들의 불안을 읽을 수 있는 동시에 가족에 의지하는 모습 또한 크게 돋보였다. 하지만 이는 전국적으로 개호 시설과 인원이 크게 부족한 현실에 대한 ‘순응’이라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이번 야스다 메이지생명 연구소의 조사는 2018년 6월에 일본 전국의 만 40-64세 남녀 1만2000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응답자들은 300명씩 40개 집단으로 분류돼 온라인으로 설문에 참여했다.

연구소는 설문조사 대상의 나이를 5세씩 5개 집단으로 나눴다. 그 다음 △기혼자·자녀 있음 △기혼자·자녀없음 △독신·결혼경험 없음/자녀 없음 △독신·이혼 및 사별경험 있음 등 4종류로 분류, 마지막으로 이들 집단을 각각 남녀로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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