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데일리=이봄 기자> 금융감독원이 키코(KIKO) 피해기업의 손해액 일부를 배상하도록 권고한 분쟁조정안에 대한 은행의 수락 기한을 연장해주면서, 금감원이 관련 규정을 위반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금감원이 분쟁 조정 관련 법규에 따라 검토 기한을 늘릴 근거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은행 편의를 위해 기한을 연장해줬다는 것이다. 금감원은 최근 해당 은행의 사외이사 변경, 코로나19로 인한 이사회 소집 어려움 및 금융시장 안정노력 등 특수한 사정을 고려할 때 추가 연장이 불가피하다고 해명하고 나섰다.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신한·하나·대구은행이 키코 배상 거부 의사를 밝히면서 키코 관련 배상 분쟁 조정이 마무리됐다.

앞서 금감원 분조위는 신한·우리·산업·하나·대구·씨티은행에 불완전판매 책임이 있다고 판단해 일성하이스코와 남화통상, 원글로벌미디어, 재영솔루텍 4개 업체에 대해 손실액의 15~41%를 배상하라고 권고한 바 있다. 배상 권고금액은 신한은행 150억원, 우리은행 42억원, 산업은행 28억원, 하나은행 18억원, 대구은행 11억원, 씨티은행 6억원 수준이다. 이 중 우리은행만이 유일하게 분쟁 조정을 수용해 배상금 지급까지 마쳤다.

문제는 금감원이 은행에 배상 수락 기한을 연장해줄 권한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지속 연장해줬다는 점이다.

‘금융위원회의 설치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 및 ‘금융분쟁조정세칙’은 당사자가 조정안을 받은 날로부터 20일 이내에 수락하지 아니한 때에는 조정안을 수락하지 않은 것으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다. 관련 법안이 키코 분쟁조정 건에는 적용되지 않은 셈이다.

금감원은 키코 분쟁조정 건의 경우 여러 상황을 종합 고려해 조정안 수락 기한을 연장해준 것이라고 해명하고 나섰다. 특히 필요한 범위 내에서 연장하는 것이 분쟁조정 제도의 취지에 부합할 뿐 아니라 법률검토 결과, 규정 해석상 분쟁조정 당사자가 명시적으로 수락기한 연장을 요청을 하는 경우까지 ‘당사자가 수락하지 아니한 때’로 볼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금감원 관계자는 “피신청인(은행)이 사안의 복잡성 등으로 심도있는 법률검토 및 이사회 개최 등 내부절차를 이유로 사전에 기한 연장의 필요성을 먼저 제기했다”며 “특히, 최근 해당 은행의 사외이사 변경, 코로나19로 인한 이사회 소집 어려움 및 금융시장 안정노력 등 특수한 사정을 고려할 때 추가 연장의 불가피성이 인정돼 수락 기한을 연장해준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금소법 시행령 제정 시 당사자의 수락결정을 위한 실제 소요기간 및 분쟁조정 제도의 취지 등에 부합하도록 관련 규정을 명확히 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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