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데일리=임성민 기자> 우리나라보다 저금리 영향을 먼저 받은 일본은 1990년대 7개 중소형 생명보험사가 줄 파산했다. 생존한 생보사는 저축성보험을 판매하지 않았고, 고위험 투자를 줄여 리스크를 제한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제로금리를 맞은 우리나라 생보사도 일본의 생보사를 생존 모델로 참고할 필요가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보험연구원 윤성훈 선임연구위원은 지난 21일 ‘일본 생명보험회사의 파산과 생존’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은 자산 거품 붕괴와 저금리 영향 등으로 1997년 4월부터 2001년 3월까지 7개 생보사가 연속으로 파산했다.

파산한 7개 생보사는 현재 우리나라 생보사가 겪고 있는 공통된 문제점을 가지고 있었다.

일본은 예정이율이 1976년, 1981년, 1985년 인상됐는데, 1990년대 들어 자산 거품 붕괴와 금리가 하락하면서 자산운용수익률을 웃돌았다. 이는 이차역마진으로 이어졌고, 여기에 배당 부담까지 더해진 결과를 낳았다.

일시납 저축성보험으로 급성장했다는 점도 비슷하다. 일본은 1980년대 중반부터 1990년대 초반 높은 예정이율을 보장하고 높은 배당을 제공하는 일시납 개인연금, 일시납 양로보험 및 단체연금 판매를 크게 늘렸다. 하지만 1990년 들어 이러한 상품에서 발생한 이차역마진 규모를 감당하기 어려워졌다.

반면 7개 생보사가 파산하는 가운데 생존한 보험사도 있다. 타이요(太陽)생명, 다이도(大同)생명, 후코쿠(富國)생명 등이다. 윤 연구위원은 “이들은 자산 거품 붕괴 이전과 이후, 업계의 일반적 영업과 자산운용 흐름을 따르지 않고 차별화된 경영전략을 통해 생존했다”고 평가했다.

타이요생명은 대도시 및 주요 지방도시 중년 이상 연령층의 가정주부를 대상으로 단기 양로보험을 주로 판매했다. 2000년 들어서는 중소액 사망보험, 의료보험, 개호(요양)보험을 주력 상품으로 취급하기도 했다.

다이도생명은 다양한 중소기업협회에 소속된 기업 1970년대 직원들에게 정기보험 등 보장성보험 판매에 주력했고, 1990년대에는 초반 자산 구성을 크게 변화시키면서 파산을 면할 수 있었다.

후코쿠생명은 여성 영업직원을 통해 공무원이나 공기업 근로자들에게 보장성보험 판매에 집중했다. 특히 저축성보험에 의존하지 않고, 투자와 영업을 분리했으며 독특한 기업문화를 가졌다는 점이 생존의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윤 연구위원은 “생존한 일본 생보사 경영진은 수익모델, 경영원리, 투자원칙 등 차별화된 경영전략을 유지하는데 리더십을 발휘했다”며 “이러한 이들의 경영전략은 2000년대 들어서도 지속되고 있으며, 상품 구성에서 종신보험 중심의 대형 생보사와 차별화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 사례는 생보사 경영에 있어 가장 기본이라고 할￾수 있는 위험률차익 확보와 ALM(자산부채관리)개념이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일깨워 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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