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강세이 편집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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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데일리=임성민 기자> 보험업계가 해묵은 법안의 통과 기대감에 21대 국회 개원을 기다렸지만 되려 초반부터 역풍을 맞을 상황에 놓였다. 21대 국회가 개원한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은 가운데 보험사를 옥죄는 법안이 7개가 발의되면서다.

지난 20대 국회에서 보험업계의 숨통을 틔워줄 것으로 기대됐던 법안들은 아직 발의되지 못하면서 보험업계의 우려는 커지고 있다.

2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21대 국회가 개원한 이후 현재까지 발의한 보험업법 일부개정안법률안은 총 7개다. 더불어민주당 박용진·이용우·유동수 의원이 각각 5개, 1개, 1개씩 대표 발의했다.

이 중 소액·단기보험 전문보험사 설립 기준을 완화해야 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유 의원의 보험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제외하면, 6개의 법안은 전부 보험사를 압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박 의원이 대표 발의한 법안에는 보험금청구권 소멸시효 연장 법안이 있다. 박 의원은 보험금 지급 청구가 있는 시점부터 보험금 지급 여부에 대한 회신이 있을 때까지 보험금청구권의 소멸시효를 중단토록 하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보험사들이 소송을 이유로 보험금 지급을 미루다가 소멸시효가 지나면 지급을 거부하는 문제를 막기 위한 취지다.

보험사의 손해사정 재위탁을 금지하는 보험업법 개정안도 발의됐다. 이 법안은 보험사에 일반적인 업무위탁 규정을 신설하고, 보험사가 위탁한 업무는 재위탁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수의 보험사들이 비용 절감 차원에서 손해사정 자회사에 업무를 위탁하고 있는데, 자회사가 제3자에게 업무를 재위탁하면서 중간에서 수수료만 챙긴다는 지적이 제기되자 이를 막자는 취지다.

소비자의 손해사정 비용도 보험사가 내야 한다는 법안도 발의됐다. 현행 상법 제676조에서는 보험자가 보상할 손해액의 산정에 관한 비용은 보험자가 부담토록 한다. 하지만 하위규정인 ‘보험업감독규정’에서는 손해사정 비용을 경우에 따라 보험자가 부담하도록 해 법체계상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 발의된 법안은 보험사의 손해사정 결과가 보험계약자 등이 손해사정사를 선임하여 실시한 손해사정 결과보다 불리하다고 판명된 경우에는 보험사가 그 손해사정 비용을 부담하도록 했다.

이 외에 보험사의 손해사정사에 대한 불공정 행위를 근절하는 법안도 발의됐다.

박 의원과 이 의원은 유사한 내용의 삼성 금융계열사를 표적으로 한 법안을 발의했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보유한 30조원대 삼성전자 지분 매각을 골자로 한다. 전자 지분을 취득한 당시의 원가를 적용하는 게 아닌 시가를 적용해 보험사의 자산운용에 반영하고, 공정성도 확보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21대 국회 개원 초기부터 보험사를 옥죄는 법안들이 쏟아지자 보험업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20대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한 보험산업의 숨통을 틔워줄 법안들이 우선 발의될 것으로 기대했지만 반대로 보험사를 압박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법안들만 발의되면서다.

보험업계는 ▲해외투자 한도 완화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판매전문회사 제도 도입 ▲자기대리점 근절 등과 관련한 법안 발의 및 조속한 통과를 기대하고 있다.

특히 해외투자 한도 완화는 보험사가 유일하게 수익을 확대할 수 있는 기회로 여겨진다. 보험사는 총자산의 90%가량을 운용해 자산운용수익을 내고 있는데, 국내 투자로는 한계가 있다. 보험사의 수익과 재무건전성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해외투자 한도를 늘려야 한다는 게 보험업계의 입장이다.

해외투자 한도 완화를 골자로 한 법안은 지난 20대 국회에서 통과되는 듯 했지만, 일정 문제로 폐기 절차를 밟으며 이번 국회에서 처음부터 논의돼야 하는 상황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20대 국회 마지막 일정에 통과될 것으로 기대된 법안들 먼저 발의될 것으로 기대했지만 보험사를 옥죄는 법안이 먼저 대거 발의됐다”며 “보험산업은 갈수록 어려워지는데 규제를 완화하는 내용의 법안은 발의나 통과되지 않아 답답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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