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데일리=이봄 기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비대면 거래가 확산되면서, 국내 은행들이 생존을 위해 플랫폼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코로나19로 디지털화가 가속도가 붙으며 다수의 대형 핀테크사들이 시장에서 유력한 서비스 제공자로 등장한 탓에, 은행이 플랫폼 경쟁력을 상실한다면 플랫폼 기업에 사실상 종속되는 상황에 봉착할 수 있다는 진단이다.

한국금융원 서정호 선임연구위원은 23일 은행회관에서 진행된 ‘코로나 위기 이후 금융산업의 디지털 대전환(1) : 은행과 보험산업의 발전전략’ 세미나에서 “디지털 기술의 발전은 기존 은행 상품 및 서비스를 개선하거나 과거에는 불가능했던 금융서비스를 가능하게 한다”며 “다양한 경쟁자 출현과 경쟁 심화, 비금융부문과 결합, 플랫폼 선점 경쟁 등으로 경쟁이 심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디지털 기술 발전에 따른 은행 감독 측면의 이슈는 △유동성 리스크 △결제리스크 △운영리스크 세 가지를 꼽았다. 인터넷 뱅킹 또는 오픈뱅킹이 확대되면 은행 간 고객 및 자금 이동이 활발해질 가능성이 높은 반면 유동성 관리는 어려워진다. 결제리스크 측면에서는 소액 결제망에 일부 핀테크 기업들이 직접 참여하는 경우 청산·결제 과정에서 자금 부족 발생 시 결제망에 참여하는 모든 참가자가 순차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서정호 선임연구위원은 “디지털 기술의 발전은 은행 업무 프로세스의 변화, IT 인프라에 대한 상호의존성 증대, 금융정보 개방성 확대를 초래한다”며 “IT시스템의 안정성 훼손, 해킹과 같은 금융 범죄 발생 가능성이 있으며, 개인정보의 누출 또는 오남용 가능성도 높게 점쳐진다”고 말했다.

저성장, 저금리, 저출산·고령화라는 신 3저현상도 은행의 수익성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 국내 은행은 이자이익 위주의 수익구조를 가지고 있지만, 저성장에 따라 대출이 줄어들고 저금리 영향으로 낮은 순이자마진이 발생하면서 수익성이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서정호 선임연구위원은 “저성장으로 대출수요가 줄고, 저금리로 예금이 줄어 은행의 자금중개기능이 위축될 수 있다”며 “저성장 지속으로 한계기업 중심의 부실 가능성이 늘고, 위험 감수 증가에 따라 은행의 수익 하락 압력이 지속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서정호 선임연구위원은 은행의 생존 전략으로 온라인·모바일 영업채널 확대를 주문했다. 은행업무의 디지털화, 인터넷 및 모바일 뱅킹 확대로 기존 오프라인 영업채널의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진단이다. 이에 따라 오프라인 지점은 고액 자산가 대상 자산관리(WM)와 고령층과 같은 온라인 소외계층 대상 영업, 상담과 신용평가가 필요한 기업금융을 중심으로 활성화하고 대부분의 은행거래는 온라인으로 진행돼 주된 영업채널 역할을 맡는 식이다.

또한 은행들은 자사 금융 플랫폼의 활용성을 높여 보다 많은 금융소비자들이 이용하도록 유도하거나, 빅테크가 플랫폼을 지배할 경우 은행 강점을 바탕으로 협력을 도모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서정호 선임연구위원은 “오픈뱅킹 확산으로 더 많은 고객을 확보한 금융서비스업자의 플랫폼에서 금융회사 및 핀테크 기업의 금융 비즈니스가 발생할 것”이라며 “경쟁력 있는 금융 플랫폼을 소유한 금융기업이 시장을 빠르게 잠식해 나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업금융 부문에서도 플랫폼 경쟁력 제고를 요청했다. 금융 관련 업무 이외에도 일상적인 관리 업무를 최대한 하나의 플랫폼에서 처리할 수 있도록 은행 플랫폼에 대한 기업고객의 접근성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서정호 선임연구위원은 “외부 사업자들을 플랫폼에 최대한 입점시키는 방식으로 기업금융 플랫폼의 범용성을 확대해나가야 할 것”이라며 “벤처캐피탈, 액셀러레이터와 연계한 자금중개 모델을 플랫폼 형태로 도입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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