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6월 1일 책임개시 계약부터 새로운 자동차보험 자기부담금제도가 적용됐다. 제도변경과 관련해 달라진 점과 주의할 점을 살펴본다.

이번 제도의 가장 큰 변화는 기존 대인배상II의 무면허운전 규정이 삭제됐다는 점이다. 면책규정에서 삭제되고, 보상은 가능하지만 변경된 자기부담금제도가 적용된 것이다.

따라서 변경된 자동차보험 표준약관의 자기부담금제도가 적용되는 사고는 음주운전, 뺑소니, 그리고 무면허 운전 사고가 해당된다.

이미 알려진 바와 같이 대인사고는 대인배상I에서 300만원, 대인배상II에서 1억원, 총 1억300만원을, 대물사고의 경우 2000만원 이하 손해에서 100만원, 2000만원 초과 손해에 대해서는 5000만원을 더해 총 5100만원의 자기부담금을 운전자가 부담할 수 있다.

예를 들면, 대인사고가 3억원, 대물사고가 8000만원의 음주운전 사고가 발생했다면, 사고 운전자는 대인·대물 모두 자기부담금 최고치에 해당해 1억5400만원을 부담하게 된다.

그렇다면 이번 제도 변경으로 어떤 변화와 효과가 있을까.

먼저 운전자 입장에서 살펴보면 제도취지와 같이 음주, 무면허, 뺑소니 사고의 획기적인 감소가 예상된다.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예상할 수 있는 최악의 경우 엄청난 금액의 자기부담금이 발생해 경제적 위험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에 운전자 스스로 음주, 무면허, 뺑소니 운전을 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참고로 요즘 다수의 운전자들이 가입하는 상해보험의 운전자보험 담보에서도 음주, 무면허, 뺑소니 사고는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기 때문에 이 점을 명심해야 한다.

보험회사 입장에서는 제도 변경으로 우선 손해율 개선이 예상된다. 통상 음주, 무면허, 뺑소니 사고의 경우 대부분 피해자의 상해 정도가 심한 고액 사고가 많다. 따라서, 고액 사고의 감소는 지급보험금의 감소로 이어져 손해율 개선이 예상된다.

실무에서는 보험사 구상채권 관리조직의 강화가 예상된다는 재미있는 의견도 나온다. 운전자가 자기부담금을 제때 납입하지 못하는 경우에도 보험사는 피해자에게 치료비관계비, 합의금 등 보상금을 우선 지급해야 하기 때문에, 그 후에 결정된 운전자의 자기부담금을 운전자로부터 받는 일이 큰 폭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제도 개선이 피해자에게 미치는 영향은 어떤 게 있을까.

통상 음주, 무면허, 뺑소니 사고의 경우 피해자 입장에서는 형사합의 대상건이 되는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다. 따라서, 가해 운전자 측에서 형사합의금과 고액의 자기부담금이 발생하는 사고의 경우 경제적인 부담으로 인해 형사합의 자체를 포기하는 경우가 발생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다.

물론 형사책임과 자기부담금 부담은 별개의 문제이기는 하지만, 실무 관점에서는 충분히 예상되는 상황이다. 피해자 입장에서는 해당 상황들을 고려해 슬기롭게 형사합의를 마무리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음주·뺑소니 사고를 생각하면 항상 머릿속에 떠오르는 특별한 사건이 있다.

벌써 3년 가까이 병상을 지키고 있는 30대 초반의 아들 머리 위에 놓인 스마트패드 화면에 어린아이와 젊은 청년의 사진이 계속 스쳐 지나간다.

교통사고로 인한 뇌손상과 사지마비로 알 수 없는 소리를 내며 눈만 깜빡이는 아들의 회복을 기원하는 60대 노모의 간절한 원망이 생각난다.

“사고 후 거의 1시간 가까이 현장에 방치되지만 않았더라면... 저렇게 되지는 않았을 것인데...”

이번 제도개선으로 안타까운 사고들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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