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질녘 교토의 시내 모습. 북적이는 시내이지만 따뜻하고 포근한 느낌이 든다.
해질녘 교토의 시내 모습. 북적이는 시내이지만 따뜻하고 포근한 느낌이 든다.

<대한데일리=오은희 시민기자> ‘일본 여행’ 하면 퍼뜩 떠오르는 곳은 도쿄, 후쿠오카, 오사카 등이 대표적이다. 물론 이들 도시가 가진 저마다의 매력도 통통 튀지만, 진짜 일본을 느껴보고 싶은 여행자라면 ‘교토(京都)’를 추천해 본다.

교토는 과거 일본의 수도답게 전통 일본과 현대 일본의 모습이 공존하고 있는 도시다. 전통가옥들과 오래된 사찰이 도시 곳곳에 있으며 그 틈을 비집고 들어선 현대적 건물들이 묘하게 조화를 이룬다. 우리나라로 치면 경주나 전주와 같은 느낌이 드는 곳이다.

교토의 첫 이미지는 조용하고 정갈한 곳이라는 느낌이 강했다. 교토에 도착하기 바로 직전 여행지가 오사카여서 그런지 교토는 더욱 한적하게 느껴지는 곳이었다.

교토 시내를 관통하는 카모강변. 가만히 서서 강을 바라보며 사색을 하기 좋은 곳이다.
교토 시내를 관통하는 카모강변. 가만히 서서 강을 바라보며 사색을 하기 좋은 곳이다.

관광객들로 북적이는 교토의 시내 기온거리에서도 왠지 모를 평온함을 느낄 수 있다. 아마 교토의 중심에 흐르고 있는 카모(kamo)강 때문에 더욱 한가롭고 따뜻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시내를 돌아다니다 지칠 때쯤 잔잔히 흐르는 카모강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그것만으로 마음이 편안해졌다.

교토의 진가는 시내를 벗어나면 드러난다. 도시 구석구석 위치해 있는 사찰들은 일본에서도 대표적으로 손꼽히는 곳들이다.

교토 은각사. 교토에는 사찰이 참 많다. 그 중에서도 은각사는 정원이 아름답기로 손에 꼽히는 곳이다.
교토 은각사. 교토에는 사찰이 참 많다. 그 중에서도 은각사는 정원이 아름답기로 손에 꼽히는 곳이다.

교토에 있는 사찰들은 일본의 전통정원을 보유하고 있는데, 그중에서도 은각사(銀閣寺)를 방문하면 일본 정원의 진수를 맛볼 수 있다. 먼저 은각사에 들어서는 순간 짙은 풀 내음, 나무 내음이 코끝을 스친다. 곳곳에 들어찬 분재들은 정원사의 손길을 거쳐 수백년간 단 하루도 흐트러짐 없는 모습으로 사찰을 지켰다고 한다. 실제 내가 방문한 때에도 정원사들은 쉴새 없이 분재작업에 한창이었다.

은각사를 나와 철학의 길로 향했다. 일본식 이름은 데쓰가쿠노미치(哲学の道)로 은각사부터 난넨지까지 이어진 2km가 조금 안 되는 산책로다. 교토대학의 교수이자 철학자인 니시다 기타로가 산책하며 사색을 즐겼다 해서 언젠가부터 철학의 길로 불리게 됐다고 한다. 교토 출신의 노벨문학상 수상자 모리미 도미히코가 가장 교토다운 곳으로 꼽을 만큼 예술가들이 사랑하는 길이기도 하다.

요지야 카페. 은각사 근처에 위치해 있으며 정원을 바라보며 다과를 즐길 수 있다.
요지야 카페. 은각사 근처에 위치해 있으며 정원을 바라보며 다과를 즐길 수 있다.

철학의 길까지 걷고 나면 근처에 꼭 들려야 할 곳이 한 곳 더 있다. 바로 요지야 카페다. 요지야는 일본 전통 다과와 커피 등을 파는 곳으로 은각사 못지않게 아름다운 정원이 있는 곳이다. 요지야는 손님끼리 마주 볼 수 있도록 하지 않고, 같은 곳을 바라볼 수 있게 좌석을 배치한 게 특징이다. 녹차를 받아들고 앉은 시선 끝에는 요지야를 둘러싼 정원을 한눈에 볼 수 있다. 한쪽 벽면을 통유리로 마련해두고 차 마시는 시간 내내 정원을 느낄 수 있도록 만들어 뒀다. 시끄럽게 떠드는 사람 없이 저마다의 사색을 즐기는 곳이다.

기요미즈데라. 교토에서 관광객들에게 가장 인기있는 사원이다.
기요미즈데라. 교토에서 관광객들에게 가장 인기있는 사원이다.

교토에서 여행객들에게 가장 인기 높은 관광지인 기요미즈데라(淸水寺)도 필수코스다. 오토와산(音羽山) 중턱의 절벽에 위치해 있어 이곳에서 교토 시내를 내려다보면 가슴이 탁 트인다. 사찰 안에는 마시면 건강, 학업, 연애에 효험이 있다는 오토와 폭포(音羽の瀧)가 있다. 각자 기원하는 것에 따라 물을 선택해서 마시면 되는데 나는 사랑의 물을 마셨다.

기요미즈데라 구경을 마치고 저녁 요기를 위해 시내로 내려가는 길, 붉은 석양이 전통가옥의 기왓장마다 곱게 내려앉고 기온거리 전체를 포근히 덮어주고 있었다. 그 거리를 걷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졌다. 그래서일까. 교토는 자꾸만 자꾸만 걷고 싶은 곳이었다. 이날 2만보 가량을 걸었음에도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일 아침에 또 산책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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