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강세이 편집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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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데일리=임성민 기자> 매각 4수생 KDB생명이 사모펀드인 JC파트너스의 품에 안길 가능성이 커졌다. JC파트너스는 KDB생명을 인수한 후 재보험사로 전환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최근 금융당국도 재보험을 손해보험업에서 분리하고 진입 요건을 완화해 KDB생명의 재보험사 전환 가능성이 커지면서 보험업계의 이목을 끌고 있다. 다만 재보험 시장 안착 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KDB산업은행은 전날 KDB생명 매각 본입찰에 단독으로 참여한 JC파트너스를 매각 우선 협상 대상자로 선정했다.

JC파트너스는 지난 2월 예비 입찰에 참여해 매수 실사 등을 마쳤고, 지난달 22일 마감한 최종 입찰에 단독으로 참여한 바 있다. 산은은 JC파트너스와 협의해 투자자 모집, 주식매매계약(SPA) 협상 등 후속 절차를 빠르게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산은은 2010년 금호그룹 구조조정 과정에서 당시 KDB생명의 전신인 금호생명을 사들였다. 이후 세 차례에 걸쳐 매각을 시도했지만 번번이 무산됐다.

KDB생명 매각 우선 협상 대상자로 선정된 JC파트너스는 앞서 KDB생명을 인수한 이후 미국PEF칼라일의 재보험부문과 협업해 공동재보험사로 탈바꿈시키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한 바 있다.

이는 국내에서 생보사를 인수해 생명보험업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의 ‘실수’라고 불리는 KDB생명 인수 이후 매각이 지속적으로 실패했지만 KDB생명을 사겠다는 인수 후보자가 나타나면서 금융당국도 지원하는 모습이다.

금융위원회는 최근 재보험을 손해보험업에서 분리한다고 밝혔다. 재보험이 손해보험업의 일부라는 인식이 강해지면서 불필요한 규제가 적용되거나 금융당국의 검토 없이 허가와 다르게 운영되는 부분을 해소하겠다는 취지다.

또 재보험에 대한 허가요건, 영업행위 규제 등 여러 측면에서 규제를 완화하고 차등화하며, 자본금도 낮춘다.

일각에서는 KDB생명의 매각을 앞둔 가운데 금융당국의 이 같은 제도 개선이 더해지면서 산업은행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조치가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재작년 국정감사 때 이동걸 산업은행장이 KDB생명은 사면 안됐어야 하는 회사라고 한 적 있다”며 “IFRS17을 앞두고 KDB생명의 매각이 마지막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에 정부도 인수자의 청사진에 맞춰 제도를 정비해주는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고 말했다.

다만 생명보험업에서 재보험업으로 전환한 이후의 시장 안착 가능성은 다소 의문으로 남는다. 국내 재보험 시장에서 사실상 독점을 하고 있는 토종 재보험사인 코리안리와의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는 점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보험영업은 인과관계 혹은 보험료, 보험금의 규모 등에 의해 영업의 성패가 갈린다. 하지만 KDB생명이 재보험 영역에서 굳은 입지를 다져놓은 코리안리를 보험료 가격 경쟁이나 인과관계에서 앞설 수 없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KDB생명이 재보험사로 전환해 시장에서 영향력을 발휘하려면 저렴한 보험료와 높은 보험금을 지급하는 조건으로 이목을 끌어야 할 것”이라며 “하지만 이런 경우 사고 한 번에 손해율이 급증하고, 회사가 휘청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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