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데일리=임성민 기자> 손해보험사들이 올해 상반기 장기인보험 실적을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돼 대면영업이 주춤해졌음에도 선방한 것이다. 민식이법 시행에 따른 운전자보험 마케팅 효과와 예정이율 인하 등의 영향으로 대부분 손보사 매출이 증가했다.

15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주요 10개 손해보험사의 장기인보험 매출(가마감)은 3871억2300만원으로 1년 전(3741억4600만원)과 비교해 3.46%(129억4700만원) 증가했다.

상반기 손보업계 장기인보험 호실적을 이끈 건 농협손해보험이다. 농협손보는 지난 2월 유병자나 고령자도 두 가지만 고지하면 가입 가능한 ‘무배당 투패스초간편건강보험’을 출시했다.

농협손보는 손보업계에서 유일하게 ‘방카슈랑스 25%룰’을 적용받지 않는다. 방카슈랑스 25% 룰은 한 은행에서 판매하는 보험상품 중 한 보험사의 판매금액 비중이 전체의 25%를 넘지 못하도록 한 규제다. 농협손보는 이러한 장점을 바탕으로 지역 농축협 은행에서 신상품 판매에 나서며 상반기 장기인보험 매출이 101억4300만원에서 245억9100만원으로 142.4%(144억4800만원) 늘었다.

지난해 공격적인 영업에 나섰던 삼성화재는 올해도 매출 확대에 성공했다. 삼성화재 장기인보험 실적은 작년 대비 5.13%(40억8500만원) 증가한 837억700만원이다.

현대해상과 DB손보는 2위권 경쟁이 치열한 만큼 장기인보험 실적도 각각 591억7000만원, 600억3200만원으로 비슷했다. 두 손보사는 1년 전과 비교해 각각 12.3%(65억300만원), 6.2%(35억1000만원) 증가한 매출을 기록했다.

이 외에 롯데손보는 49.5%(51억7100만원) 증가한 156억1000만원, 흥국화재는 14.8%(14억5500만원) 늘어난 112억3400만원, MG손보는 5.8%(3억4900만원) 증가한 63억6000만원의 실적을 달성했다.

반면 지난해 삼성화재와 매출 1위 경쟁을 했던 메리츠화재는 14.8%(115억4400만원) 감소한 664억3500만원을 기록하며 2위사로 자리를 굳혔다. 매출 경쟁으로 인한 보험금 지급 리스크 관리에 집중하기 위해 매출 감소를 의도한 영향이다.

KB손보와 한화손보도 1년 전과 비교해 신계약 초회보험료가 줄었다. KB손보는 10.0%(43억1600만원) 감소한 387억3600만원을 기록했고, 한화손보는 23.9%(65억2400만원) 줄어든 206억6600만원으로 상반기를 마감했다.

보험업계는 올해 초부터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대면영업이 부진할 것을 전망했다. 특히 정부가 2월부터 사회적 거리두기를 시행하면서 설계사와 고객 간의 접점이 감소할 것을 우려했다

그럼에도 지난해 대비 매출이 증가한 이유는 3월 말 어린이 보호구역(스쿨존)에서 어린이 교통안전을 대폭 강화한 ‘민식이법’이 시행됐고, 손보사들이 이를 보장하기 위해 운전자보험 보상을 강화해 적극적인 마케팅에 나서면서다.

실제 민식이법이 시행된 직후 2개월 간 삼성화재·현대해상·DB손보·KB손보·메리츠화재 등 5대 손보사에서 판매된 운전자보험은 131만6591건이다. 지난해(43만1631건)와 비교하면 3배가 넘는 수치다.

4월 예정이율 인하도 매출 상승에 효과가 있었다. 기준금리가 내려가면서 상품 운용 여력이 떨어지자 보험사들은 4월 보험료에 적용하는 이율인 예정이율을 내렸다. 이에 앞서 1월부터 예정이율 인하 이슈로 절판마케팅이 시작됐고, 1월과 2월 장기인보험 매출은 전년 대비 각각 10.0%, 13.3% 증가했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업계는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4월부터 영업력이 크게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면서 “하지만 민식이법 시행과 예정이율 인하 이슈가 있어 그나마 매출 하락 우려를 잠식시킬 수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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