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데일리=이봄 기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현행 수준인 0.5%로 동결했다. 신종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경제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지만 현행 기준금리가 역대 최저 수준인 만큼 당분간 정책 효과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한국은행은 16일 금융통화외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0.5%로 동결했다. 이번 기준금리 동결은 만장일치로 이뤄졌다. 앞서 금통위는 코로나19 충격으로 경기 침체가 예상된 지난 3월 기준금리 빅컷(0.5%포인트 인하)를 단행한 데 이어 지난 5월 0.25%포인트를 추가로 낮춘 바 있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한 데는 코로나19 관련 경제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지만 과열상태인 부동산 등 자산시장을 고려하면 추가 인하 필요성이 높지 않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은의 기준금리 동결은 시장 예측과도 일치한다.

앞서 금융투자협회가 채권 보유 및 운용 관련 종사자 2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채권전문가 99%가 금통위에서 기준금리가 동결될 것으로 내다봤다.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로 국내외 경기 둔화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지만, 추가 금리 인하 여력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진단이다.

증권가는 한은이 당분간 현행 기준금리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부동산 시장 과열로 인한 금융불균형 위험이 확대되고 있고 실효 하한 수준으로 낮아진 기준금리를 추가로 인하해 얻을 수 있는 효과가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또한 올 하반기 국내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0% 초반까지 하락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과잉 유동성에 대응하는 한국은행의 정책이 공격적이지 않을 것으라는 판단이다.

신한금융투자 김명실 연구원은 “최근 주식 가격 상승, 경기 회복 기대 등 일부 인플레이션 우려에도 불구하고 한국은행은 저금리 기조를 바꿀 생각이 없어 보인다”며 “설사 점진적인 인플레이션이 나타나더라도 뚜렷한 경기회복을 확인한 후에 후행적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메리츠종금증권 윤여삼 연구원도 “기준금리 실효하한에 근접한 것은 인정하지만 추가인하 여력에 대해서는 구체적 언급을 피하면서 ‘여지’를 남겼다”며 “확장적 재정정책과 관련해서도 보다 적극적인 개입의사를 밝히면서 ‘불안 시 대응’을 강조했던 이전보다 완화적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교보증권 백윤민 연구원도 “최근 홍남기 부총리가 ‘기준금리 결정을 부동산 시장과 연계해서 생각할 수도 있다’라는 발언도 정책결정에는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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