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성수 금융위원장이 16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제43차 금융중심지 추진위원회 회의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16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제43차 금융중심지 추진위원회 회의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대한데일리=이봄 기자> 증권사들이 주가연계증권(ELS) 총량 규제를 피하게 됐다. 지난 3월 주요국 증시 폭락으로 증권사들이 발행한 해외 ELS에서 마진콜(추가 증거금 납부 요구)이 대거 발생하자, 금융당국은 총량규제 카드를 꺼낸 바 있다. 그러나 증권사들이 시장 혼란을 키울 수 있다며 강력 반발한 탓에 금융당국은 증권사 건전성 비율을 관리하는 방향을 선회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 16일 서울 은행연합회에서 진행된 ‘금융중심지 추진위원회 회의가 끝난 뒤 “건전성 비율을 관리하는 방향으로 ELS 규제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통상 해외 지수연계 ELS를 발행한 증권사는 헤지(위험회피)를 위해 해외거래소에서 증거금을 내고 파생상품을 매수한다. 기초자산으로 삼는 주가지수가 떨어지면 마진콜이 발생하며 증권사가 손실을 떠안는 구조다.

증권사는 지난 3월 주요국 지수가 바닥을 찍은 영향으로 ELS 관련 추가 증거금을 납부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주요국 주가지수가 52주 최고가 대비 30% 가까이 떨어진 탓에 이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ELS 상품은 줄줄이 원금손실 가능 구간에 진입했으며, 조기상환일이 돌아온 일부 투자자들은 상환이 미뤄졌다. 일부 증권사는 마진콜 납부를 위해 CP와 같은 단기채권 매각에 나섰으며 이 여파로 채권 가격은 급락하는 등 단기 유동성 문제가 발생하기도 했다.

금융당국은 마진콜 사태 재발을 막고자 대형 증권사 사장단과 비공식 간담회를 갖고 ELS 규제에 관한 업계의 의견을 청취했다. 금융당국은 ELS 발행을 자기자본의 2배 수준으로 제한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예를 들어 자기자본이 3조원인 증권사의 경우 ELS를 최대 6조원까지 발행할 수 있는 것이다. 일부 증권사는 자기자본 대비 ELS 비중이 200%가 넘은 만큼 향후 ELS 신규발행을 중단하고 운용 중인 ELS를 처분해야 하는 셈이다.

증권사들은 금융당국의 ELS 총량규제 방식에 강하게 반발했으며, 금융당국은 증권사의 입장을 일부 받아들였다. 이에 따라 이달 중 발표될 ELS 규제 방안은 증권사 레버리지 비율과 같은 건전성 비율을 규제하는 방식이 담길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지난 15일 기준 증권사 ELS(공모‧사모 원화 기준) 발행잔액은 49조6064억원 수준이다. 증권사별로는 삼성증권이 7조4783억원으로 가장 많았으며, KB증권 6조3742억원, 한국투자증권 6조1872억원, 미래에셋대우 5조7142억원 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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