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자본시장연구원 

<대한데일리=이봄 기자> 올해 초 발생한 증권사 주가연계증권(ELS)의 마진콜(증거금 추가 납부 요구) 위기와 관련해 증권사들이 외화유동성 위험에 대한 인식을 제고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국내 증권사는 ELS 발행에 따른 외환익스포져 확대에 유념해 각 기관이 감내 가능한 외화유동성 범위 내에서 발행 규모와 자체헤지 비중을 체계적으로 관리해 나갈 필요가 있다는 진단이다.

자본시장연구원 이승호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발간한 ‘국내 증권사의 외화유동성 위기에 대한 평가와 과제’ 보고서에서 “지난 3월 발생한 ELS 마진콜을 계기로 증권사는 외화유동성 위험에 대한 인식 제고와 외환업무 역량을 확충하는 계기로 삼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지난 3월 증권사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글로벌 주가 하락으로 단기적인 외화유동성 부족을 겪었다. 국내 증권사가 발행한 ELS에서 대규모의 마진콜이 발생한 탓이다. ELS는 지난해 말 기준 발행액과 발행잔액이 각각 99조9000억원, 71조원에 달한다. 특히 ELS는 발행잔액 71조원 중 45조원이 넘는 금액이 자체 헤지 방식으로 운용됐다는 점이 유동성 문제를 키웠다. 자체 헤지 방식은 증권사가 직접 헤지운용을 통해 헤지비용을 절감하고 추가 운용수익을 얻는 반면 운용위험을 부담하는 만큼, 마진콜 발생 외화유동성을 필요로 하게 된다.

이승호 선임연구위원은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증권사들은 보유 ELS 잔고 중 백투백 헤지 방식(25조7000억원)보다는 자체헤지 방식(45조4000억원)에 더 크게 의존하고 있는데, 이는 마진콜 발생에 따른 잠재적 외환수요의 노출정도가 적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외화유동성 문제에 부딪힌 국내 증권사들은 외화수요에 대응해 콜차입, CP발행, 한국은행 RP입찰, 증권금융 담보대출 등으로 확보한 원화유동성을 활용해 현물환시장과 외환스왑 시장에서 달러 유동성을 조달했을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이승호 선임연구위원은 ELS 마진콜과 같은 우발적 외화유동성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증권사 자체적으로 외화자금 조달능력을 갖추는 것이 최선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현재 국내 증권사는 평상시 외환유입이 많지 않고 긴급한 상황에서의 체계적인 외화자금 조달구조 역시 건실하지 못한 상황이다.

이승호 선임연구위원은 “증권사의 외환관련 업무가 활성화되지 못해 평상시 외환유입 플로우가 미미할 뿐만 아니라 외화유동성의 확보나 체계적인 환위험 관리 필요성에 대한 증권사의 인식도 높지 않은 것”이라며 “여러가지 점을 고려할 때 대내외 금융환경 변화시 비단 ELS 마진콜 뿐 아니라 증권사의 해외투자와 관련한 유사한 외화유동성 문제로 금융안정이 저해될 가능성을 전혀 배제하기는 어려운 상황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승호 선임연구위원은 국내 증권사는 ELS 발행시 외환익스포져도 함께 증가한다는 점을 유념해 각 기관이 감내 가능한 수준의 외화유동성 범위 내에서 발행 규모와 자체헤지 비중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외화자금 조달채널을 다변화하고 일정수준의 외화예금이나 고유동성 자산을 확보하는 동시에 외환관련 업무 범위를 확대해 평상시 외환 유입 금액을 높일 필요가 있다는 진단이다.

이승호 선임연구위원은 “외환당국은 증권사의 외화유동성 위기가 전체 외환시정으로 전이되지 않도록 비상시 신속한 외화유동성 지원 체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국내 증권사에 대한 외환건전성 수단으로 현재 적용되고 있는 3개월 단위의 외화유동성 비율 규제는 ELS 마진콜과 같은 우발채무 성격에는 규제 실익이 없을 수 있으므로 단기간내 최대 유출가능액을 감안해 통화 및 만기 불일치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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