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데일리=임성민 기자> 금융당국의 소비자보호 기조가 명확하게 나타남에도 불구하고 생명보험업계 민원이 소폭 증가했다. 종신보험과 연금보험 항목에서 민원이 크게 늘어난 영향이다. KDB생명은 민원이 계약 건수가 많은 대형사와 유사한 수준까지 확대되며 ‘민원왕’이라는 오명을 벗지 못했다.

5일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23개 생보사에 접수된 민원 건수는 1만5124건으로 1년 전(1만4110건)보다 7.18%(1014건) 증가했다.

민원은 금융당국의 보험사 평가 지표로 활용되며, 소비자가 보험사를 선택하는 기준이 된다. 이에 보험사들은 민원을 줄이기 위해 갖은 노력을 하고 있다.

KDB생명은 이러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1년 만에 민원이 대폭 늘었다. 지난해 상반기 812건이었던 민원은 1년 만에 2597건으로 약 3배 이상 증가했다. 보유계약 및 신계약 건수가 압도적으로 많은 삼성생명(2959건)보다 조금 낮은 수준이며, 한화생명(1821건), 교보생명(1843건), 농협생명(859건)과 견줘도 훨씬 높은 수치다.

KDB생명의 ‘민원왕’이라는 오명은 수년째 계속되고 있다. 계약 10만 건당 민원 건수를 의미하는 ‘환산 건수’로 봐도 KDB생명은(56.7건) BNP파리바카디프생명(19.3건), KB생명(12.8건), 오렌지라이프(12.7건) 등 민원이 많이 제기되는 경쟁사보다도 높게 나타났다. 환산 건수는 각 보험사의 규모가 다른 만큼 계약 건수 대비 민원 건수를 비교하기 위한 지표다.

이외에도 교보생명(1828건→1843건), 신한생명(700건→1070건), 농협생명(599건→859건), 라이나생명(366건→385건), 푸르덴셜생명(189건→199건), 메트라이프생명(322건→356건), 동양생명(273건→277건), 처브라이프생명(12건→24건) 등은 1년 전과 비교해 민원이 증가했다.

생보업계 민원 증가 이유는 종신보험과 연금보험에 대한 민원이 늘었기 때문이다.

상품별로 보면 변액보험(2606건→2351건)과 보장성보험(3624건→3146건)이 각각 전년 동기 대비 9.7%(255건), 13.1%(478건) 줄었다. 저축보험(394건→263건)도 33.2%(131건) 감소하면서 민원 감축 효과가 나타났다.

하지만 생보업계 대표 상품으로 꼽히는 종신보험(5450건→7171건)에서 민원이 31.5%(1721건) 증가했다. 연금보험(1500건→1767건)도 17.8%(267건) 늘면서 전체 민원을 끌어올렸다.

민원 유형별로 보면 판매(7268건→9032건)에서 24.2%(1764건) 늘었고, 유지(927건→870건)와 지급(5060건→4073건)에서 각각 6.1%(57건), 19.5%(987건) 감소했다.

특이사항은 대형사와 중소형사에 제기되는 민원 성격이 뚜렷하게 구분된다는 점이다. 대형사는 보험금 지급과 관련된 민원이 많은 반면, 중소형사는 상품 판매에 관련된 민원이 더 많이 접수됐다.

예컨대 삼성생명은 판매 관련 민원이 1187건, 유지 211건, 지급 1303건이 접수됐다. 한화생명은 판매 861건, 유지 40건, 지급 882건이 접수됐으며, 교보생명은 판매 473건, 유지 349건, 지급 1002건으로 나타났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대형사는 소비자들이 회사의 크기를 보고, 믿고 가입하는 성향이 뚜렷하기 때문에 판매 과정에 대한 민원이 많지 않을 것”이라며 “반대로 중소형사는 타사와의 상품 경쟁이 치열해 불완전판매가 더 많을 수 있어 소비자의 민원도 판매에 집중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형사들이 지급 부분에 민원 접수를 많이 받는다는 것은 보험금 지급에 인색하고, 더 깐깐하게 보험금 지급 심사를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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