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데일리=임성민 기자> 프랑스계 악사손해보험이 M&A(인수합병) 시장에 매물로 나왔다. 수익성을 중요시하는 외국계 보험사들의 특성상 점점 수익성이 떨어지면서 시장을 빠져나가는 것으로 풀이된다.

손해보험사가 매물로 나오면서 신한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가 관심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

20일 금융투자 및 보험업계에 따르면 프랑스 최대 보험사 악사그룹은 한국 계열사 악사손보의 지분 100%를 매각하기 위해 삼성KPMG를 매각 주관사로 선정하고 선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악사손보는 2000년 설립된 코리아다이렉트가 전신이다. 2001년 교보생명이 지분을 인수했고, 2007년 악사그룹이 지분 74.7%를 인수하면서 교보악사다이렉트로 사명이 변경됐다. 2009년 악사그룹이 나머지 지분을 추가 인수하며 현재의 악사손보가 됐다.

악사손보는 텔레마케팅(TM)채널 영업을 중점으로 한다. 국내 최초로 다이렉트 자동차보험을 선보여 전화로 자동차보험 고객을 모집하는 방식이다.

다만 자동차보험은 수익성이 낮다. 의무가입보험인 대신 소비자의 가격 민감도가 높아 보험료 차이를 구분해 가입하는 경향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여름철 장마, 겨울철 폭설 등 회사가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없는 환경에 손실 규모가 커져 흑자를 기록하는 경우가 드물다.

이 같은 상황에 악사손보도 장기인보험 판매를 2017년부터 암보험, 건강보험 등 장기인보험 상품을 취급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소비자 인지도가 낮아 시장 점유율은 미미한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악사손보의 매각가를 2000억원 안팎으로 본다. 지난해 기준 순자산 2351억원에 주가순자산비율(PBR)을 1배 적용한 값이다.

악사손보 인수 후보자로는 신한과 우리금융지주가 가장 유력하다. 신한금융지주는 수많은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지만 유일하게 손보사만 없다. 4%대 자동차보험 시장 점유율을 기록한 악사손보를 인수해 신한금융 입장에서도 다양한 고객층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금융은 MG손보를 인수한 PEF 운용사 JC파트너스 프로젝트펀드에 200억원을 출자했을 뿐 직접 경영에 관여하는 계열사로 둔 손보사가 없다.

악사손보까지 매물로 나오면서 최근 3년간 4개의 외국계 보험사들이 한국 시장을 빠져나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앞서 ING생명(현 오렌지라이프)은 2018년 2조3000억원의 몸값을 지불한 신한금융지주의 품에 안겼다. 푸르덴셜생명도 2조3000억원의 매각가를 지급한 KB금융지주 계열사로 편입한 바 있다.

최근에는 알짜 매물로 꼽히는 라이나생명도 매물로 거론됐다. 라이나생명은 총자산 4조8478억원으로 생보업계에서는 소형사로 분류된다. 하지만 1분기 기준 당기순이익은 708억4500만원, 매출액은 5조5528억원으로 실질적인 이익이 대형사에 버금가는 수준이다. 이에 매각가도 2~3조원으로 점쳐진다.

외국계 보험사들이 한국 보험시장에서 발을 빼는 이유는 미래 수익성이 낮을 것으로 전망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해외에서는 헬스케어 서비스를 이용해 보험사들이 고객의 건강관리에 직접 관여하면서 보험금 지출을 줄이고, 관련 사업에 따른 이익도 창출한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미래 먹거리라 불리는 헬스케어 서비스 제공이 불가능하다.

특히 우리나라 가구당 보험가입률이 98%로 포화상태인 데다, 2023년 부채를 시가평가 하는 IFRS17이 도입되면 회사 가치가 떨어질 것이라는 평가에 따른 매각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미래 수익을 창출하는 환경이 마련되지 않는 가운데, 향후 보험금 지출이 많아질 환경에 대비해 회사 가치가 높을 때 선제적으로 시장을 벗어난다는 설명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ING생명과 푸르덴셜생명의 경우 보장성보험으로 영업을 잘 해온 회사기 때문에 생보사 가치가 높게 평가됐다”면서도 “하지만 장기 상품인 보장성보험의 보험금 지급 시점이 도래하면 수입보다 지출이 많아질 것이기 때문에, 회사의 가치가 높게 평가된 시기에 잘 판매한 경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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