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데일리=장승호 기자> 확정기여(DC)형 퇴직연금의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디폴트 옵션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자본시장연구원 이석훈 선임연구위원이 발간한 ‘형태경제학 관점에서 본 디폴트옵션의 도입 필요성’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 DC형 퇴직연금의 80.5%가 원리금보장형으로 운용됐다. 9.1%만이 실적배당형으로 운용됐으며 나머지는 대기성자금이다. 실적배당형의 경우도 채권혼합형 및 채권형이 70.7%로 보수적인 운용을 보였다.

원리금보장형 중심의 퇴직연금 운용은 20~30년간 퇴직급여를 적립해 노후자금을 준비하는 투자전략으로 적절하지 않은 셈이다.

이석훈 선임연구위원은 “국내외 주식과 채권이 각각 38.1%와 48.9%이며 대체투자가 12.4%인 국민연금과 비교해보면 매우 대조적”이라며 “실제로 2019년 기준 퇴직연금 5년 연평균 수익률은 1.92%인 반면 2018년 기준 국민연금의 5년 연평균 수익률이 4.11%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석훈 선임연구위원은 원리금 보장형 상품의 경우 퇴직연금 도입 초기 높은 시장금리로 인해 그 자체로도 경쟁력이 있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2007~2008년 시장금리는 5~6%에 달했으며 201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3%대 중반에 머물렀다. 그러나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고 있는 현 상황에서는 DC형 가입자들이 원리금보장형 상품 위주의 운용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진단이다.

이석훈 선임연구위원은 “DC형 가입자들은 높은 시장금리에 따라 자연스럽게 원리금보장형 상품에 대해 높은 선호를 보였으며, 모든 금융권이 고금리 원리금보장형 상품을 중심으로 경쟁했다”며 “여기에 업권 간 경쟁에서 우위를 보인 은행의 높은 시장점유율은 원리금보장형 상품 비중을 높인 또 다른 요인”이라고 말했다.

이석훈 선임연구위원이 행태경제학 개념을 이용해 퇴직연금이 원리금보장형 상품에 쏠린 원인을 분석한 결과, 가입자 대부분은 대부분이 장기투자 경험이 없고 지식도 부족해 투자에 대한 명확한 선호를 가지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회사 판매원 역시 위험한 상품보단 부담이 적은 안전한 상품을 추천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석훈 선임연구위원은 DC형 퇴직연금의 수익률을 높일 해결책으로 디폴트옵션을 제시했다. 디폴트옵션은 가입자가 퇴직연금 운용을 지시하지 않은 경우 지정된 투자운용 상품이 자동으로 선택되는 제도를 말한다.

이석훈 선임연구위원은 “DC형 가입자들은 위험상품의 추천을 받기 어렵거나 주변 지인들의 선택을 추종하는 경향성이 있다”며 “이 경우 디폴트옵션은 일종의 인증 받은 추천으로 인식되는 정도에 따라 원리금보장형 상품을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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