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염희선 기자)

<대한데일리=임성민 기자> KB금융지주가 차기 회장 인수에 착수한 가운데, 윤종규 회장의 3연임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윤 회장 취임 이후 적극적인 M&A(인수합병)를 통해 그룹의 비은행 계열사 강화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완성한 데다 주요 실적 지표까지 개선하면서 3연임에 무게가 실리고 있지만, 노조가 연임을 강력히 반대하며 잡음을 내고 있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지주 회장후보추천위원회(이하 회추위)는 지난 12일 윤 회장의 후임 인선을 위한 일정과 평가 방법 등을 담은 ‘회장 후보 추천 절차 세부 준칙’을 의결하며 본격 절차에 착수했다.

회추위는 이달 28일 회장 후보자군 4명을 선정할 방침이다. 다음 달 16일에는 이들을 대상으로 심층평가 인터뷰를 진행한 후 투표를 통해 최종 후보자 1명을 확정할 계획이다. 최종 후보자가 되기 위해서는 재적 회추위원 7명 중 5명 이상의 표를 얻어야 한다.

윤 회장은 오는 11월 20일 임기가 만료된다. 2014년 10월 KB금융지주 회장직을 맡은 윤 회장은 2017년 연임에 성공한 후 3연임에 도전한다.

금융지주 회장의 3연임은 그간 라응찬 전 신한금융 회장,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만 있을 정도로 드물었다. 윤 회장이 이번에 연임하면 KB금융지주에서는 첫 3연임 사례가 된다.

금융권에서는 윤 회장의 3연임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윤 회장은 2014년 취임한 이후 적극적인 M&A를 통해 금융지주의 숙명 사업인 비은행 계열사 강화를 통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완성했다.

윤 회장은 취임 직후인 2015년 LIG손해보험(현 KB손해보험)을 인수하면서 보험 계열사를 강화했다. KB손보는 업계 4위사로 2015년 1737억원, 2016년 2957억원, 2017년 3604억원, 2018년 1856억원, 2019년 1678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며 윤 회장의 판단력에 힘을 실었다.

윤 회장은 이에 그치지 않고 2016년 현대증권(현 KB증권)을 인수했다. 현대증권과 합병한 KB증권은 2017년 2715억원, 2018년 2375억원, 2019년 2895억원 등 높은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며 금융지수 수익성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

최근에는 알짜 매물로 불리는 푸르덴셜생명 인수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KB금융지주 계열사로 기존 KB생명이 있지만, 작은 규모에 비례한 저조한 수익성 때문에 지주 보험계열사의 아픈 손가락으로 여겨지는 만큼 생명보험업권 수익성 강화를 위한 판단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윤 회장이 취임한 직후 LIG손보, 현대증권, 푸르덴셜생명 등 굵직한 M&A를 성공적으로 이끌어내면서 KB금융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는데 기여한 바가 크다”며 “규모가 큰 회사들을 인수한 후 발생한 이익이 반영되면서 그에 따른 지주 수익성도 개선됐다”고 말했다.

KB금융지주의 주요 실적 지표는 윤 회장 취임 이후 대부분 개선세를 보이며 윤 회장의 3연임에 힘을 싣고 있다.

지주 당기순이익은 2012년 1조7745억원, 2013년 1조2830억원으로 떨어진 후 2014년 1조4007억원으로 소폭 상승했다. 윤 회장의 실질적인 성과가 나타나는 2015년에는 1조6983억원으로 오른 뒤 2016년 2조1437억원, 2017년 3조3119억원, 2018년 3689억원, 2019년 3조3118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에는 1조7113억원을 달성하면서 지난해와 유사한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기업의 실질적인 이익을 나타내는 ROE(자기자본이익률)는 같은 기간 7.26%에서 8.88%로, ROA(총자산이익률)은 0.60%에서 0.64%로 올랐다. 저금리 기조가 심화 됐음에도 불구하고, 이익을 창출했다는 뜻이다.

예금 이자와 대출 이자의 차이에서 발생하는 순이자마진의 경우 2012년부터 2014년까지 2%대를 유지하다 2015년 들어 1.89%, 2016년 1.99%, 2017년 1.99%, 2018년 1.94%, 2019년 1.88%를 기록했다. 이러한 수치는 저금리 시대를 맞아 경기 침체가 더해졌지만 나쁘지 않다는 평가를 받는다.

총영업이익도 매년 늘고 있다. 2012년 7조8846억원이었던 이익은 2017년 10조원을 돌파한 이후 2019년 11조4319억원을 달성했다. 올해에는 상반기에만 6조149억원을 기록했다. 이 같은 추세라면 12조원 달성도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주요 지표가 개선되면서 지주의 총자산도 크게 증가했다. 윤 회장이 취임했던 2014년 308조원의 자산은 2017년 437조원, 2019년 519조원으로 늘었고, 올해 상반기에는 567조원까지 확대됐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기업 대표의 연임 여부는 임기 당시 성과가 좌우한다”며 “윤 회장이 보여준 성과들은 3연임 가능성을 높이기 충분하다”고 말했다.

다만 노조의 윤 회장 연임 반대 목소리가 만만치 않다는 점은 유일한 걸림돌이다. 노조는 지난 12일 조합원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고, 결과를 바탕으로 재연임 반대 투쟁을 하고 있다.

노조는 설문조사 결과 1만 7231명의 조합원 중 7880명이 참석했고, 응답자의 79.5%인 6264명이 윤 회장의 연임을 반대했다고 밝혔다.

연임 반대 사유는 윤 회장이 단기성과에 급급해 직원들의 업무 강도가 높아졌다는 것이다. 또 직원 존중 및 직원 보상 관련 의식이 부족하고, 디지털 시대에 맞는 새로운 리더가 필요하다는 사유도 들었다.

노조의 반발로 잡음이 일면서 윤 회장의 리더십이 요구되고 있다. 연임이 확정되더라도 안정적인 경영환경을 구축하고 내부 갈등에 따른 불필요한 역량 소모를 막기 위해 노사문제를 해결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LIG손보 인수 이후 양종희 사장(현 KB손보 대표)을 선임해 극심했던 노조의 반발을 잠재웠던 판단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LIG손보가 KB손보로 출범할 당시 노조는 회사 구성원들의 노동 가치를 평가한 매각위로금을 요구했다. 하지만 사측은 매각위로금에 대해 관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였고, 이 같은 노사 갈등은 KB손보 출범 이후에도 지속됐다. KB손보 노사는 임금·단체협상에서도 잡음을 내기도 했다.

이 같은 상황에 윤 회장과 오랜시간 함께 일해온 양 사장이 KB손보에 취임했다. 양 사장은 KB금융의 재무, 경영관리, 기획을 총괄해 온 인물로 윤 회장의 대표적인 참모로 꼽힌다.

양 사장은 취임 이후 노사 갈등을 봉합했고, KB손보를 안정적으로 이끌면서 한 차례 연임에 성공한 바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주 노조의 반발이 심해도 윤 회장의 연임에 큰 영향을 없을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안정적인 경영과 리딩컴퍼니 경쟁을 위해서 일말의 잡음도 잡고 가는 게 효과적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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