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데일리=임성민 기자> 실손의료보험 청구 간소화 제도를 시행하기 위해서는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충분한 사회적 논의가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개인의 민감한 정보 공개와 보험사의 개인정보 조회 및 활용에 있어 타당한 수준의 법 개정이 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국회입법조사처 김창호 입법조사관은 7일 ‘실손의료보험 청구 간소화 제도의 현황과 과제’ 보고서를 통해 “우리나라 국민 3466만명이 가입한 실손의료보험은 국민건강보험이 보장하지 않는 비급여 등에 대해 실제 부담한 의료를 보장해 제2의 국민건강보험으로 불린다”면서 “하지만 보험금 청구 절차가 복잡해 소비자뿐만 아니라 병원과 보험사 모두에게 불편을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실손보험금 청구는 소비자가 병원에 진료비를 지급한 후, 피보험자가 요양기관으로부터 영수증, 진단서, 진료비 세부내역서 등 종이 문서를 발급받아 보험금 청구 서류와 함께 이메일이나 모바일앱 등을 통해 보험사에 제출해야 한다. 2018년 기준 8583만건이 대부분 이러한 방식으로 보험금 청구됐다.

현재 실손보험금 청구 방식은 시간과 비용 측면에서 비효율적일 뿐 아니라, 이로 인한 청구 포기도 발생한다는 점에서 매번 지적사항으로 꼽힌다.

김 조사관은 “2018년 7293만건의 청구 건 중 76%에 해당하는 5568건 증빙문서가 팩스, 설계사, 방문, 우편 등을 통해 제출됐고, 24%가 종이서류 발급 후 이메일 등으로 전송됐다”며 “반면 0.002%에 불과한 1000여건만 병원과 보험사간 연동된 시스템을 통해 전자적으로 송부됐다”고 말했다.

이에 국민권익위원회는 2009년 실손보험금 청구절차 개선을 권고했다. 금융위원회도 2016년 온라인을 통해 간편하게 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도록 개선하겠다고 발표했다.

국회에서도 관련 법안이 발의되고 있다. 지난 20대 국회에 이어 21대 국회에서도 보험금 청구 간소화를 위한 보험업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하지만 의료계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청구절차 간소화를 위해 요양기관이 보험사에 증빙서류를 직접 제출하는 것은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의료계는 요양기관이 기록 전송 책임을 짊어지는 것이 부당하며, 환자의 개인정보 유출 위험성과 책임소재 관련 분쟁 시 요양기관에 책임을 물을 가능성이 있어 부담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보험업계는 찬성하는 입장이다. 의료기관이 추가 의무를 짊어질 필요가 없고, 요양기관이 심평원에 의료기록을 전송하는 방법과 같이 문서를 암호화함으로써 개인정보 누출 위험이 적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청구절차가 간소화되면 서류 발급 대기시간 축소, 미청구 감소 등의 피보험자 편익이 증대되고, 보험사의 행정부담을 줄여 보험금 청구시스템의 효율성이 제고될 수 있다.

김 조사관은 이처럼 실손보험금 청구 간소화를 둘러싼 서로의 입장이 갈리면서 금융위와 보건복지부 등 관계부처를 포함한 의료계와 보험사의 충분한 사회적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선 의료법 제21조에서 인정하는 의료기록 제3자 열람은 공적 제도에 한해 예외적으로 인정하는데, 실손보험에 이와 같은 예외 인정 필요성이 있는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법률개정의 필요성이 있는 경우 보험업법과 의료법 개정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또 개인정보 유출 위험에 대해서는 필요한 정보만을 제공하도록 표준문서 기준을 마련하고, 이를 암호화해 전송하도록 근거도 마련돼야 한다. 특히 해당 정보를 이용해 소비자의 보험가입을 거부하는 등 다른 목적으로 사용 시 제재할 수 있는 조항도 필요하다.

보험사의 시스템 구축 운영 및 서류 발송 및 수신에 따른 비용 부담도 논의 대상이다. 보험금 청구 간소화에 따른 보험사의 업무부담 경감으로 행정비용 절감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김 조사관은 “실손의료보험은 2009년 표준화 작업을 거쳐 10년간 이어져 왔고, 그동안 보험금 청구간소화 논의도 진행돼 왔다”며 “20대 국회에 이어 21대 국회에서 관련 법안이 논의될 예정이기 때문에 실손의료보험 청구에 대한 합리적인 개선방안이 도출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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