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후보고제’ 이후 금융당국 상품 제재 잇따라
‘사후보고제’ 이후 금융당국 상품 제재 잇따라
  • 임성민 기자
  • 승인 2020.09.10 13: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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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무해지 판매 자제, 종신보험 명칭 변경 요구
업계 “당국 개입 과도한 제재, 보험시장 축소 우려”

<대한데일리=임성민 기자> 금융당국이 ‘사후보고제’를 시행한 이후 잇따라 보험사 상품에 제동을 걸고 있다. 소비자의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 및 혼란을 예방하고, 불완전판매를 방지하기 위해서다. 보험업계 일각에서는 금융당국의 과도한 개입이 시장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1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최근 보험업계에 ‘보험상품명 작성 관련 유의사항 안내’ 공문을 배포했다.

‘보험업감독업무시행세칙 별표 18 보험상품심사기준’에 의하면 보험상품 명칭은 보험상품 특징 및 보장내용에 부합되지 않는 명칭을 사용하는 등 보험가입자가 이해하기 어렵거나 불명확한 표현을 포함하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판매되고 있는 상품을 보면 주계약이 아닌 일부 특약의 특징을 상품명에 명시하는 등 소비자를 오인케 하는 사례가 다수 확인됐다.

금감원은 상품명 작성 시 ▲상품의 종목·특징 보장내용에 부합하지 않거나 소비자 오인 소지가 있는 명칭, 보장내용 대비 불분명한 명칭 ▲상품의 실제 보장 내용·대상·범위 대비 과장하거나 오인하게 하는 명칭 ▲소비자에게 유리한 단면만을 부각하거나 오인을 유발하는 명칭 등을 유의할 것을 당부하며, 현재 판매 중인 상품명이 이 같은 규정에 반하는지 여부를 회사가 자율적 검토해 올해 말까지 조치 취할 것을 요구했다.

금감원의 이 같은 조치에 해당하는 상품은 대부분 종신보험이다. 현재 판매되고 있는 종신보험 상품명을 보면 ‘큰부자만들기’, ‘연금받을 수 있는’ 등이 있다. 이 같은 상품명칭은 소비자에게 혼란을 줄 수 있다는 게 금감원의 판단이다.

이 외에도 금감원의 보험사 상품 관련 제재는 최근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치매보험에 이어 무해지 환급형 상품에 소비자 경보 발령을 내기도 했다.

금감원은 지난해 3월 치매보험 상품이 소비자의 모럴해저드 발생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 보험사에 위험률 조정을 권고했다. 당시 치매보험은 보험사간 한도 경쟁이 심화되면서 경증치매 담보가 수 천 만원대로 높았다.

문제는 CDR(치매등급)1에 해당하는 경증치매 진단이 의사의 주관적 판단에 따라 보험금 지급 여부가 결정된다는 점이다. 특히 치매보험 중복가입이 가능해 소비자의 역선택 가능성이 높다.

실제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감원으로부터 받은 치매보험 가입현황을 보면 지난 3월 기준 치매보험 보유계약 건수 377만건 중 87만4000명이 중복가입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6건 이상 중복가입자도 3920명에 달했고, 10건 이상 중복가입자도 130명으로 드러났다.

무해지 환급형의 경우 보험료가 20%가량 저렴하고 납입기간 만료 시 환급률이 높은 대신, 보험료를 내는 기간 환급금이 없다.

금감원은 이중 장점만 강조해 판매되고 있는 무해지 환급형 상품에서 불완전판매가 다수 발생한다고 판단, 다음 달부터 환급률을 표준형 보험과 같은 수준으로 구조를 변경하는 보험엄감독규정 개정안을 시행하기로 했다. 사실상 판매가 중단된 셈이다.

금감원이 현재 판매되고 있는 상품을 들여다보고 제재하는 이유는 ‘사후보고제’가 시행된 데 따른 것이다. 사후보고제란 2015년 시행된 ‘보험업 경쟁력 강화 로드맵’의 일환으로, 보험사가 상품을 출시하기 전 금융당국에 신고하는 ‘사전인가제’를 폐지하고 출시 이후 보고하는 행태로 바뀐 제도다.

보험사가 개별적으로 상품을 자유롭게 만들어 다양한 종류의 상품이 시장 내에서 활성화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취지에서 시행된 것이다.

업계는 사후보고제 시행 이후 시장을 활성화할 수 있는 다양한 상품이 출시됐다는 점에서 제도 시행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다만 금융당국의 과도한 시장 개입에 대해서는 우려를 표하고 있다. 인기 상품 혹은 주력 상품에 대한 다양한 형태의 판매 제한 조치는 시장 활성화에 반하는 조치라는 것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소비자 보호를 위한 금융당국의 조치들은 당연히 이뤄져야겠지만, 상품 판매가 이뤄지는 과정에서 소비자의 이해를 도울 수 있는 제도가 미비한 상태에서 보험사의 판매 행태만 지적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며 “소비자가 필요로 하는 보험상품일 수 있는데, 판매를 제한하는 것은 소비자의 선택권을 축소 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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