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데일리=임성민 기자> 예비입찰을 앞둔 악사손해보험 흥행이 안갯속이다. 만년 적자 상품인 자동차보험 매출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은 데다, 장기인보험 수익도 개선세를 보이지 못하면서다. 신한금융그룹과 카카오페이가 인수 후보자로 거론되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악사손보의 몸값이 높아 매각가 산정을 관건으로 보고 있다.

1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악사손보의 매각 주관사인 삼정KPMG는 오는 18일 예비입찰에 나선다.

악사손보는 2000년 설립된 코리아다이렉트가 전신이다. 교보생명이 2001년 지분을 인수했고, 2007년 악사그룹이 지분 74.7%를 인수하면서 교보악사다이렉트로 사명이 변경됐다. 악사그룹이 2009년 나머지 지분을 인수하면서 현재의 악사손보가 됐다.

악사손보 예비입찰에는 신한금융그룹이 참여하기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룹 내 손해보험사가 없는 만큼 악사손보를 인수해 디지털 손보사로 전환하고, 계열사 포트폴리오를 완성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신한금융이 예비입찰만 참여하고, 본입찰에는 소극적인 모습을 보일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현재 악사손보의 수익 구조가 신한금융의 리딩컴퍼니 경쟁에 큰 도움이 안 될 것이란 관측 때문이다.

악사손보는 자동차보험 시장점유율 5%대를 점유하고 있다. 회사 규모에 비하면 자동차보험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큰 셈이다.

자동차보험은 홍수, 폭설 등 계절적인 영향에 따라 손해율 편차가 크다. 이는 손해율이 적정 수준(77~78%)을 유지할 경우 본전, 악화하면 무조건 손실이 잇따르는 사업 구조라는 설명이다.

실제 자동차보험 시장점유율 80% 가량을 차지하는 대형 4사의 지난달 기준 손해율은 80% 중반대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도 80% 후반대로 적정 손해율보다 높았다.

악사손보의 올해 상반기 손해율은 91.0%로 1년 전(94.4%)보다 낮아졌지만, 여전히 적정 손해율 대비 높았다.

반면 수익성이 좋은 장기인보험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2017년부터 암보험, 건강보험 등 장기인보험 판매에 나섰지만, 현재까지 시장점유율은 미미한 수준이다.

대형 플랫폼 기업인 카카오도 유력한 인수 후보자로 거론된다. 카카오는 삼성화재와 함께 디지털 손보사 설립을 논의할 만큼 손해보험업 라이선스 확보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현재 합작 디지털 손보사 설립을 구상하던 중 이견이 발생해 무산된 상태지만, 카카오는 이달 중 디지털 손보사 예비인가를 신청할 계획이다. 카카오가 악사손보를 인수할 경우 오랜 경험과 전문성, 대형 플랫폼이 더해져 시장 공략에 수월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높은 몸값도 매각에 부정적인 요소다.

악사그룹에서는 악사손보의 몸값으로 3000억원에서 4000억원까지 원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해 기준 순자산 2351억원에 주가순자산비율(PBR)을 1배 적용한 값(약 2000억원)과 올해 상반기 기준 PBR적용 값(2383억원)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악사손보는 손실 구조를 갖는 자동차보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아 수익성이 계속 떨어지는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며 “이는 대주주 수익뿐 아니라 향후 건전성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런 가운데 악사그룹이 높은 매각가까지 원하고 있어 흥행이 어려울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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