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데일리=임성민 기자> 최근 교보생명이 악사손해보험 예비입찰에 단독으로 참여했다. 교보악사다이렉트 지분을 매각한 지 11년 만에 다시 사들이려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신창재 회장이 디지털을 강조하는 만큼 디지털 손보사 전환을 통한 수익 창출을 목표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25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교보생명은 최근 악사손보 예비입찰에 단독으로 참여했다. 인수 후보자로 거론되던 신한금융과 카카오페이 등은 인수전에 뛰어들지 않았다.

악사손보는 2000년 코리아다이렉트로 출범했다. 이듬해 교보생명이 인수해 교보자동차보험이 됐고, 2007년 프랑스 악사그룹이 지분 74.7%를 인수하면서 교보악사다이렉트로 사명이 바뀌었다. 교보생명은 2009년 나머지 지분을 처분하면서 손해보험업에서 발을 뺐다.

하지만 최근 단독으로 예비입찰에 참여하면서 업계의 이목이 쏠린다.

최근 신 회장은 “조건이 맞으면 인수할 것”이라며 인수 의지를 분명히 한 것으로 알려졌다. 예비입찰 참여만으로 악사손보 인수 완주 가능성을 판단할 수 없지만, 신 회장의 디지털 보험사 전환 촉구 의지를 보면 인수 후 디지털 손보사 전환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신 회장은 앞서 2013년 12월 자회사인 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을 출범시켰다. 라이프플래닛생명은 업계 최초 온라인 전업사다. 미래 시장 가치가 높은 온라인의 중요성에 대해 선제적으로 파악하고, 준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근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포스트 코로나에 대비하기 위해 디지털을 더욱 강조하고 있다.

신 회장은 지난 7월 하반기 전략회의를 통해 “세계 역사는 코로나 이전과 이후로 나뉠 것”이라며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가속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조직, 커뮤니케이션 방식, 업무 프로세스, 비즈니스 모델을 디지털 기반으로 변화시키는 것, 즉 기업문화 전체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게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라고 강조했다.

교보생명은 신 회장의 이러한 의지를 담아 본사 인력도 ‘디지털 혁신’에 맞춰 재배치하기로 했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위한 인적자원 재정립 프로젝트’를 추진하기 위한 연구용역을 다음 달부터 내년 3월까지 진행할 예정이다.

현재 보험업계는 디지털 보험사에 대한 관심이 높다. 앞서 삼성화재·카카오가 합작 디지털 손보사 설립을 추진한 바 있고, 한화손보도 캐롯손보를 자회사로 설립했다.

업계는 교보생명이 악사손보를 인수한다면 디지털 손보사로 전환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악사손보의 영업채널 구조가 다이렉트 중심이기 때문에 전환이 쉽고, 디지털이 미래 수익 가치가 높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현재 FI와의 갈등이 심화된 상태인 교보생명이 본입찰까지 인수를 완수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면서도 “하지만 교보생명의 인수 의지가 높아 보여 본입찰까지는 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문제는 가격이다. 시장에서는 악사손보의 매각가를 2000억원대 안팎으로 본다. 하지만 악사그룹은 3000억원 이상을 요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 악사손보의 매출·수익 구조를 비교해보면, 몸값 산정이 이번 매각의 관건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악사손보의 매출은 85% 가량이 적자 구조를 갖는 자동차보험에서 발생한다. 이에 따라 악사손보는 최근 적자를 지속한 바 있다.

저작권자 © 대한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