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성급 호텔 부럽지 않은 고산족 마을 조식. 산 풍경을 바라보면 먹는 맛이 일품이다.
5성급 호텔 부럽지 않은 고산족 마을 조식. 산 풍경을 바라보면 먹는 맛이 일품이다.

<대한데일리=오은희 시민기자> 고산족 마을에서의 아침은 산을 멍하니 바라보는 것으로 시작한다. 서늘한 아침 산 기운에 잠이 깨 평상에 앉아 쉬면 부지런히 아침을 준비하는 고산족 주민이 미소로 인사를 건넨다.

부뚜막 속에서 갓 구워낸 토스트에 버터를 듬뿍 바르고, 마을을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암탉이 갓 낳은 달걀로 만든 계란후라이를 올려 한입 가득 베어 문다. 그리고 진한 커피 한잔을 마시면 정말 여느 5성급 호텔 조식이 부러울 게 없는 아침이다.

이러한 아침을 맞이하고 싶은 여행자라면, 치앙마이에서 ‘트래킹’ 프로그램을 신청하면 된다.

태국 제2의 도시로 불리는 치앙마이는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평화로운 곳이다. 해마다 전 세계 곳곳에서 여행자들이 쉼을 찾아 떠나오는 곳으로 그들이 치앙마이 여정 중 가장 으뜸으로 꼽는 것도 단연 ‘트래킹’이다.

치앙마이 트래킹은 치앙마이에 살고 있는 고산족 마을을 찾아가는 여정이다. 트래킹 시간은 3시간 정도로 현지 트래킹 가이드와 함께 몇몇이 조를 짜서 함께 이동을 한다.

트래킹 프로그램을 신청한 나와 친구는 한 이스라엘 신혼부부와 함께 같은 조를 배정받았다. 간단한 자기소개를 나누고 나란히 산을 올랐다. 그들은 신혼여행으로 동남아 배낭여행을 선택했다고 했다. 예쁜 옷 쫙 빼입고 즐기는 유럽여행 대신 반팔, 반바지 차림에 커다란 배낭을 울러 맨 그들의 모습이 멋있기도, 낭만적이기도 했다.

이런저런 수다를 나누면서 산 중턱쯤 올랐을까. 가이드가 중간 쉼터에 짐을 풀고서 준비해온 밥과 과일로 점심상을 차려줬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더니 정말 꿀맛 같은 식사였다.

점심 식사를 끝내고 다시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왜 가이드가 그 지점에서 우리에게 점심을 차려줬는지 알아차리게 됐다. 점점 가팔라지는 산 경사에 내 숨도 절로 가빴다. 하이킹이 아니라 트래킹이어서 만만하게 생각한 것은 오산이었다. 이제 더는 못가겠다 싶을 때쯤 우리가 그토록 가고 싶었던 고산족 마을에 도착할 수 있었다.

고산족 마을 주민들. 그들의 눈동자가 티없이 맑다.
고산족 마을 주민들. 그들의 눈동자가 티없이 맑다.

겨우 50명 정도가 살고있는 고산족 마을에는 정말 없는 것 빼고는 다 있었다. 비상식량 등을 파는 상점이 있는가 하면, 작지만 학교도 있었다.

태어나 처음 만난 고산족 마을 사람들은 정말 눈에서 맑은 기운이 분출되는 사람들 같았다. 투명하고 맑은 그들을 바라만 보아도 마음이 절로 정화되는 기분이었다. 해맑은 아이들은 우리가 신기한지 우리를 구경하러 오기도 했다.

모기장이 얼기설기 쳐 있는 간이 숙소에 짐을 내려놓고, 잠시 숨을 돌리고 있으니 어느덧 해가 어둑어둑 져가고 있었다. 이스라엘 신혼부부와 우리는 평상에 모여 앉아 저녁을 먹고 맥주도 한잔 씩 마셨다. 서로의 살아가는 얘기를 나누고 각자의 언어로 된 노래도 한 소절씩 뽑아 올리니 마치 오래된 친구와도 같은 느낌이 들었다.

고산족 마을에는 닭들이 자유롭게 뛰어논다.
고산족 마을에는 닭들이 자유롭게 뛰어논다.

해가 산 아래로 자취를 감추고, 밤하늘엔 해 대신 별빛이 환히 비췄다. 고개를 젖혀 하늘을 바라보면 별이 쏟아질 것만 같았다. 이 아름다운 밤하늘을 어디서 볼 수 있을까 싶어 고개가 아픈지도 모르고 오래도록 별을 바라보았다.

즐거운 저녁을 마무리하고 모기장 안으로 들어가 누웠다. 아침에 눈을 뜨면 또 꿈같은 하루가 펼쳐지길 기대하면서.

바쁘고 정신없는 출근길, 사람들로 빼곡한 여의도행 지하철에 몸을 욱여넣은 채 출근을 할 때면 그날의 아침이 절실해진다.

*치앙마이 트래킹은 게스트하우스를 통하거나 현지 여행사에서 신청하면 된다. 다만 여행사별로 가격이나 프로그램에 차이가 있어서 여러 곳을 방문해 비교해 선택하는게 좋다. 통상 2박 3일 프로그램에 1600바트(한화로 약 6만원) 수준이다. 기본 프로그램은 코끼리 공원 방문, 트레킹, 폭포 체험, 뗏목 래프팅 체험 등이 있다. 프로그램에는 식사가 모두 포함된다. 바비큐를 즐기고 싶다면, 추가 비용을 내고 신청하면 된다.

*치앙마이의 고산지역에는 소수민족들이 많이 살고 있다. 특히 치앙마이에서 치앙라이로 연결되는 루트에는 샨족, 카렌족, 파다웅족, 라후족 등 소수민족들이 거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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