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베이비부머를 지칭하는 단카이세대, 이들은 일본경제의 고도성장의 주역이자 도시화의 상징이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일본의 베이비부머를 지칭하는 단카이세대, 이들은 일본경제의 고도성장의 주역이자 도시화의 상징이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대한데일리=염희선 기자> 일본의 단카이세대, 2차 세계대전 직후인 1947년부터 1949년 사이에 태어난 706만명의 베이비붐세대를 일컫는 말이다. 소설가 사카이야 다이치 씨가 1975년 <단카이세대>를 출간한 이후 1차 베이비붐세대를 지칭하는 말로 널리 쓰이게 됐다. 이들은 1960년대 초반부터 1970년대까지 수도권 취업을 통해 일본경제의 고도성장 주역으로 기여했다. 고력학화, 셀러리맨화, 도시화의 상징이자 소비문화를 선도해온 산증인들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에서는 1955~1963년 사이에 태어나, 고속성장과 경제개발의 주역으로 성장해왔고, 이제는 은퇴를 진행 중인 베이비붐세대와 일맥상통한다.

일본 고도성장을 뒷받침하다

단카이세대는 일본의 경제성장을 뒷받침한 핵심세대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에 따르면 단카이세대의 대규모 사회진출이 1960년대 일본의 고도성장을 뒷받침했다. 중졸 단카이세대는 대도시 공단에 노동력을 제공했으며, ‘황금알’이라고 불리었다. 대졸 단카이세대는 기업이 몰려있는 대도시에 진출해 경제성장에 기여했다.

이들의 결혼과 육아는 1970년대 초반 본격화됐다. 자녀세대인 단카이주니어세대(1971~1974년생)도 베이비붐 세대다.

버불국면에 접어든 1980년대에는 중간관리자로 승진했으며, 임금소득과 주식 등 자산 증가로 가계소득 증가를 거뒀다. 1990년대 버블붕괴 국면에서는 ‘잃어버린 20년’에 직격탄을 맞기도 했다.

2000년대는 단카이세대의 은퇴준비기였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 은퇴를 겪어야 했지만 당시 65세까지 정년이 늘면서 퇴직이 장기간 진행되기도 했다.

‘안전-위험-안전’ 사이클의 자산관리

단카이세대는 젊었을 때는 저축, 중장년층기에는 적극적인 투자성향을 보인다.

단카이세대의 자산형성 주기는 크게 4단계로 구분할 수 있다.

1단계인 20~30대시기 단카이세대는 저축을 통해 안정적으로 자산을 형성했다. 1960~1980년대 단카이세대의 자산 중 예‧적금 비중이 60%에 가까웠다. 국채와 같은 채권과 주식 비중은 15%선이었다.

2단계(40~50대)는 자산축적기로 금융자산 증가가 가속화됐다. 1단계에 비해서 자산축적도가 크게 늘었는데, 이 시기 단카이세대는 버블 형성과 붕괴를 겪어야 했다. 이 시기 30대에 20% 초반이던 보험 비중이 30%까지 상승했다. 40대 전반에는 리스크자산(주식 등) 비중이 19%까지 늘었다. 1996년 ‘저축에서 투자로’라는 슬로건을 내세운 금융빅뱅의 영향을 받아 단카이세대의 돈이 안전자산에서 위험자산으로 이동한 것이다.

3단계(50대 중반~60대 중반)인 은퇴준비기에는 해외시장진출이 진행됐다. 4단계인 60대 중반 이후에는 상속이나 증여시장에 대한 관심으로 자산이전을 확대하고, 장수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한 보수적 자산관리가 이어졌다.

4단계 사이클 중 단카이세대가 가장 많이 자산을 불린 시기는 2007년 이후인 은퇴기다. 퇴직일시금을 목돈으로 받아 금융자산 매입에 쓴 것이 효과를 본 것이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 곽영훈 연구위원은 “단카이세대가 50대 후반인 2000년대 초중반 세계적 금융버블이 형성되면서 주가승상과 지가회복이 나타났다”며 “이러한 자산시장의 회복으로 단카이세대의 자산증가율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위험에 뛰어드는 단카이

단카이세대는 은퇴기에 적극적인 투자성향을 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단카이세대는 50대에 금융자산 중 유가증권 비율이 9%에 불과했지만 60대 전반에 15%까지 상승했다. 5세, 10세 선배세대가 50대보다 60대 전반에 비율이 낮아진 것과 대비되는 점이다.

이러한 단카이세대의 리스크자산 투자 선호는 대출상환의 부담이 줄면서 자산운용에 여유가 생겼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단카이세대는 30대 후반~40대 초반기 부동산 버블기에 주택을 취득했고 과도한 대출금을 갚아왔다. 하지만 은퇴기 빚을 청산하면서 상당 부문 짐을 덜게 된 셈이다.

또한 단카이세대는 일시퇴직금을 수령하고도 60%에 가까운 사람이 계속 임금을 수령하는 특수한 상황에 놓여 있다. 60~64세 은퇴기 취업률이 56.3%에 이른다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

금융기관들이 단카이세대를 타깃으로 위험자산을 적극 판매하고, 인터넷을 통해 리스크자산 접근성을 개선한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곽영훈 연구위원은 “가계저축률 제로시대인 일본의 경우 유가증권의 고령층 집중현상이 지속되고 있다”며 “2035년에는 유가증권의 50%를 70대 이상의 고령층이 보유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대한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